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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한국의 호의? 미국의 권리?

지난달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기공식을 취재하러 서배나에 갔을 때다. 공장 부지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고속도로변 관리구간에 차를 세우고 장비를 설치하고 있는데 경찰차가 다가왔다. 그간 경험에 비춰봤을 때 썩 좋은 소리 못 듣고 철수해야 할 게 분명했다. 고압적인 자세로 쫓아내지만 않아도 다행일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만면에 미소를 지은 경찰은 “한국에서 왔느냐”고 묻더니 “조심해서 잘 취재하고 가라”면서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지역 인사들 사이서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장에서 만난 공무원·시의원들은 인터뷰를 자처했고, 현대차와 관련 없는 기자에게 셀카를 찍자고도 했다. 돌아온 뒤엔 언제 서배나에 다시 오면 저녁 식사 같이하자는 e메일까지 와 있었다. 환대도 이런 환대가 없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과연 55억 달러의 힘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런 효과 덕분일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카메라 앞에서 첫 삽을 떴던 주요 정치인들은 당적 상관없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공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도 재선에 성공했고,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민주)은 아직 결선투표가 남았지만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던 상대 후보를 꺾었다.
 
이런 투자를 지렛대로 삼은 건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연설에서 기회가 나면 한국 기업이 미국의 노동력을 높게 평가해 투자했다고 자랑했다. 정작 그 기업에 불이익을 주게 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고 “역사적인 법안”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우리 입장에선 일단 ‘선거니까 그러려니’ 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선거가 끝나자 유럽연합(EU)은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독일차 BMW 등에게도 IRA 차별조항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 유럽산에 대해 미국산과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게 EU의 요구다. 반대로 한국은 선거 후 잠잠해진 모습이다. “한국의 우려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다”던 워싱턴도 어느 순간 “IRA가 꼭 한국에 손해는 아니다” “현대차만 1, 2년 잘 버티면 될 일”이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뒤통수 맞고도 그냥 넘어가는 게 전례가 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한국의 고층건물을 보며 “미국 덕에 한국이 존재한다. 모든 (방위) 비용을 미국이 대고 있다”고 말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이가 집권하게 된다면 특히 더 그렇다. 불이익을 참고 그냥 넘어간 한국의 호의는 미국 정권에는 그저 권리로 비칠 수도 있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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