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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교토삼굴’과 추억의 재떨이

류정일 사회부장

류정일 사회부장

선거가 늘 그렇듯 11·8 중간선거에서도 우리는 불편한 순간들을 겪어야 했다. 한인사회 일각에서 캐런 배스 LA시장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도 그중 하나다. 4·29 폭동 당시 ‘미러클’ 발언을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너무 우려먹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한인단체 전·현직 회장들이 나선 기자회견을 우려하는 반응도 있었다.
 
9월 말 한인축제 때는 퍼레이드에 릭 카루소 후보가 그랜드 마샬로 등장했다. 일부는 주최 측의 균형감을 상실한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만약 배스가 당선되면(실제로 당선됐다) 한인사회가 눈 밖에 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내년 50주년인 한인축제의 의미를 더욱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42명으로 구성된 한인정치력신장위원회는 14명의 후보에게 13만 달러를 전달했다. 한인사회의 존재감을 알리고 소통창구로 활동한 점은 의미가 있었다. 다만 누군 파티를 해주고, 다른 누군 조용히 지원금만 준 점은 조금 아쉽다. 현역의원인 후보와 만난 뒤에는 보도자료까지 돌렸지만, 상대방인 정치 신인에게는 지원금만 조용히 전달했다. 지원 후보를 정하기 위한 내부 결정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게 100% 가까운 몰표가 나온 점은 진지하게 되짚어볼 부분이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을 앞두고 사자성어 교토삼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날쌔고 똑똑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고 산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 아니면 도, 못 먹어도 고, 올인, 몰빵에 끌리지만, 중국인은 교토삼굴을 좋아하고 오랑캐로 오랑캐를 치는 이이제이를 최고의 전략으로 친다.
 


사이즈에만 집착할 것 같은 미국인도 계산에 빠른 면모가 있다. 투자자와 기업인을 연결하는 리얼리티 TV쇼 ‘샤크 탱크’만 봐도 그렇다. 10만 달러 투자하면 회사 지분 10%를 주겠다는 기업인의 제안에 투자자는 20만 달러에 30%를 요구하거나, 50만 달러에 회사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식으로 역제안한다. 배스 비난에 다른 커뮤니티도 동원하는 이이제이 전략을 적극적으로 썼더라면, 카루소와 배스 모두 퍼레이드 마차에 태웠다면, 후원금을 주며 뒷말이 없도록 형식적인 형평성이라도 지켰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다른 차원에서 불편한 순간 중 하나는 지미 고메스 연방하원의원 캠프가 경쟁자였던 데이비드 김 후보를 겨냥해 ‘아시안이니 찍어주면 안 된다’고 유권자들을 부추긴 사건이었다. 일부는 가주 공정정치위원회(FPPC)에 제소를 제안했지만 한가한 소리다. FPPC는 2016년 이후 현재까지 미결 사건이 1101건에 달한다. 이빨 빠져 물지도 못하고 최근에는 짖는 소리도 뜸하다. 몰표로 참교육했어야 했다. 미셸 스틸 의원이 제이 첸 후보를 겨냥했던 공산당 논란을 부적절하다고 말한 이들도 있지만 첸은 지난 4월 스틸 의원의 영어 발음을 비꼰 전력이 있다.
 
정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재외동포재단이 발행한 ‘세계한상대회 20년사’ 논란도 불편하다. 미주 첫 한인 상의인 LA한인상공회의소(구 남가주한인상공회의소)가 책자에서 실종됐는데, LA상의는 원인 규명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 “아쉽다”, “황당하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정도였다. 내년 10월 세계한상대회가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남가주의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리는데 홀대도 감내하는 점잖음인지 헷갈린다. 교토삼굴은 유비무환의 좋은 전술이지만 일단 굴 하나를 정하면 전력을 다해 뛰어야 한다. 추억의 한국 영화 ‘넘버3’에서 도강파 행동 대장 재떨이는 묵직한 재떨이 하나로 꼬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류정일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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