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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죄 없이 수난 당하는 명화들

이른바 ‘명화(名?) 테러’ 사건으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거장들의 작품이 연이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환경보호단체 회원, 기후활동가들이 세계 유명 미술관에 걸려 있는 명화에 접착제로 손이나 얼굴을 붙이고, 토마토 수프나 으깬 감자, 케이크 따위를 끼얹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올해에만 6개월간 10차례가 넘었고, 앞으로도 세계 여러 곳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가 첫 타깃이었다. 이어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스페인 화가 고야의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에 있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독일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있는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등의 걸작이 변을 당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18일 앤디 워홀의 작품이 밀가루를 뒤집어썼고, 11월15일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 수난을 당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인류 최고의 인기 화가답게 ‘해바라기’, ‘씨 뿌리는 사람’, ‘꽃 핀 복숭아나무’ 등 세 명화가 토마토 수프, 야채 수프를 뒤집어쓰고 접착제 수난을 당했다.  
 
작품들은 다행히 모두 액자와 유리, 아크릴 수지 등으로 보호해놓은 덕분에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이건 엄연한 범죄다. 범인들이 노리는 작품은 모두 값으로 따지기 어려운 미술사의 걸작들이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어렵기 때문에 세계 명작을 노리는 것이다. 실제로,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는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는 데 성공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테러를 저지르는 운동가들의 주장은 지구를 보호하고 지켜야 하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석유와 가스 생산을 더는 허가해서는 안 된다 등등이다. 때로는 제법 시적(詩的)인 호소를 하기도 한다. 보티첼리의 ‘봄’을 공격했던 단체의 성명은 이렇다. “오늘날 이(작품)처럼 아름다운 봄을 볼 수 있을까? 화재와 식량 위기, 가뭄 등이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예술을 이용해 경종을 울리려 한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대상(명화)이 파괴되는 걸 보면서 느끼는 고통을 통해, 지구 파괴의 의미를 깨달으라는 말이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은 범인은 이렇게 주장했다. “당신의 눈앞에서 아름답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무언가가 파괴될 때 어떤 생각이 드나? 분노를 느끼나? 그렇다면 지구가 파괴되는 것을 볼 때 당신은 어떤가? 이 그림은 유리로 보호되고 있어서 괜찮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명화 테러’는 용인될 수 없는 ‘폭력행위’다. 아무리 목적이 숭고해도 모든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고, 명화는 감상의 대상이지 훼손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분(환경 보호)과 행동(명화 테러) 사이에 논리적 연결도 없다.
 
미술관 측은 이들의 시위 방식과 미술관을 정치적 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명화 테러에 대한 사회의 반감도 크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화석연료를 줄이자면 차라리 육류 소비를 줄이거나 비행기를 적게 타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테러를 멈추라! 명화는 아무런 죄가 없다.

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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