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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교사 수난 시대

비가 내리는 인천공항의 아침이다. 5주간의 한국 여정을 마치고 이제 미국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일정으로 지난 토요일 오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나의 책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강연회와 북 사인회가 있었다. ‘미쿡’에 사는 나로서 한국 북 콘서트가 많이 부담되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출판사 측에서도 인원 동원 걱정을 좀 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다가오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늘 반가운 중학교 동창들을 비롯, 불과 며칠 전 영구 귀국하신 선생님, 어릴 적부터 나를 보아온 오빠, 언니, 친구분들, 그 외 친지들로 교보 배움홀이 가득 찼다. 같은 시간 유명 아동만화가 사인회가 있었다는데, 내 사인 줄이 더 길다고 대표님이 기뻐하셨다.     이렇게 또 하나의 패밀리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이곳, 한국을 이제 떠나간다. 이번엔 유례없는 더위가 일본으로, 제주도로, 서울로 따라다녀 아주많이 힘들었었다. 그러나 더 마음이 힘들었던 것은 뉴스에 나오는 한국 선생님들의 수난이었다. 특히 3년 전 의정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영승 선생님 이야기에는 너무 안타깝고 이해 안 되는 점이 많았다.     이 선생님은 2016년 수업 중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학생 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학부모가 학교로부터 141만원이나 되는 치료비를 받고도, 계속해서 악성 민원을 제기하자 선생님은 휴직하고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군 복무 중이나 복직 후에도 계속 만남을 요구하며 월급날마다 50만원씩 8번이나 치료비 명목으로 받아냈다고 한다. 당시 추락사로 발표해버린 이 사건이 지금 재수사에 들어갔다.     먼저, 미국 학교에 오래 근무한 내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점이 있다. 먼저 초등학교 아이에게 칼로 페트병을 자르는 활동을 한 것 자체가 좀 안타깝다. 미국 같으면 아마 초등학생이 칼을 사용하는 액티비티 같은 것은 안 했을 거 같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했다 해도, 학교가 교사를 전적으로 보호하지 않고 교사가 학부모와 연락하며 책임을 지게 했다는 사실에 큰 분노가 느껴진다.     또한 학부모들이 교사 퇴근 후 그렇게 사적인 메시지와 톡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충격이었다. 교사를 보호해주는 제도가 그렇게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권리만 주장되다 보니, 학부모들이 교권을 아무렇지 않게 침해하는 현상들이 만연해진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대학생이 된 그 아이에게 자퇴하라는 대자보가 붙고, 그 아이 아버지의 직장이 사과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좀 어이없어 보인다.   그해 12월 7일, 자기 아이를 따돌린 학생이 공개사과를 하게 하라는 부모에게 그럴 수는 없다고 하자, 그 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며 화를 냈고 선생님은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12월 8일 이 선생님은 ‘아이들은 평범한데 제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아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 교사,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부모들의 삶과 교육 현장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학원 자물쇠반 - 이름만 들어도 공황장애가 올 것만 같은- 같은 강요된 환경에서 부모가 그려놓은 진로대로 공부만 하다가, 대학 가면 부모에게 분노가 폭발하면서 의절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말까지 들으니, 이 세상 모든 학부모와 함께 생각하고 싶은 말들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이번 한국 여행이었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교사 수난 엄마 교사 교사 퇴근 한국 선생님들

2023-09-27

[문화산책] 죄 없이 수난 당하는 명화들

이른바 ‘명화 테러’ 사건으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거장들의 작품이 연이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환경보호단체 회원, 기후활동가들이 세계 유명 미술관에 걸려 있는 명화에 접착제로 손이나 얼굴을 붙이고, 토마토 수프나 으깬 감자, 케이크 따위를 끼얹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올해에만 6개월간 10차례가 넘었고, 앞으로도 세계 여러 곳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가 첫 타깃이었다. 이어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스페인 화가 고야의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에 있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독일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있는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등의 걸작이 변을 당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18일 앤디 워홀의 작품이 밀가루를 뒤집어썼고, 11월15일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 수난을 당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인류 최고의 인기 화가답게 ‘해바라기’, ‘씨 뿌리는 사람’, ‘꽃 핀 복숭아나무’ 등 세 명화가 토마토 수프, 야채 수프를 뒤집어쓰고 접착제 수난을 당했다.     작품들은 다행히 모두 액자와 유리, 아크릴 수지 등으로 보호해놓은 덕분에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이건 엄연한 범죄다. 범인들이 노리는 작품은 모두 값으로 따지기 어려운 미술사의 걸작들이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어렵기 때문에 세계 명작을 노리는 것이다. 실제로,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는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는 데 성공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테러를 저지르는 운동가들의 주장은 지구를 보호하고 지켜야 하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석유와 가스 생산을 더는 허가해서는 안 된다 등등이다. 때로는 제법 시적(詩的)인 호소를 하기도 한다. 보티첼리의 ‘봄’을 공격했던 단체의 성명은 이렇다. “오늘날 이(작품)처럼 아름다운 봄을 볼 수 있을까? 화재와 식량 위기, 가뭄 등이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예술을 이용해 경종을 울리려 한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대상(명화)이 파괴되는 걸 보면서 느끼는 고통을 통해, 지구 파괴의 의미를 깨달으라는 말이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은 범인은 이렇게 주장했다. “당신의 눈앞에서 아름답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무언가가 파괴될 때 어떤 생각이 드나? 분노를 느끼나? 그렇다면 지구가 파괴되는 것을 볼 때 당신은 어떤가? 이 그림은 유리로 보호되고 있어서 괜찮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명화 테러’는 용인될 수 없는 ‘폭력행위’다. 아무리 목적이 숭고해도 모든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고, 명화는 감상의 대상이지 훼손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분(환경 보호)과 행동(명화 테러) 사이에 논리적 연결도 없다.   미술관 측은 이들의 시위 방식과 미술관을 정치적 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명화 테러에 대한 사회의 반감도 크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화석연료를 줄이자면 차라리 육류 소비를 줄이거나 비행기를 적게 타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테러를 멈추라! 명화는 아무런 죄가 없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수난 명화 명화 테러 접착제 수난 환경보호단체 회원

2022-11-30

[문화산책] 죄 없이 수난 당하는 명화들

이른바 ‘명화(名?) 테러’ 사건으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거장들의 작품이 연이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환경보호단체 회원, 기후활동가들이 세계 유명 미술관에 걸려 있는 명화에 접착제로 손이나 얼굴을 붙이고, 토마토 수프나 으깬 감자, 케이크 따위를 끼얹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올해에만 6개월간 10차례가 넘었고, 앞으로도 세계 여러 곳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가 첫 타깃이었다. 이어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스페인 화가 고야의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에 있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독일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있는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등의 걸작이 변을 당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18일 앤디 워홀의 작품이 밀가루를 뒤집어썼고, 11월15일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 수난을 당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인류 최고의 인기 화가답게 ‘해바라기’, ‘씨 뿌리는 사람’, ‘꽃 핀 복숭아나무’ 등 세 명화가 토마토 수프, 야채 수프를 뒤집어쓰고 접착제 수난을 당했다.     작품들은 다행히 모두 액자와 유리, 아크릴 수지 등으로 보호해놓은 덕분에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이건 엄연한 범죄다. 범인들이 노리는 작품은 모두 값으로 따지기 어려운 미술사의 걸작들이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어렵기 때문에 세계 명작을 노리는 것이다. 실제로,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는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는 데 성공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테러를 저지르는 운동가들의 주장은 지구를 보호하고 지켜야 하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석유와 가스 생산을 더는 허가해서는 안 된다 등등이다. 때로는 제법 시적(詩的)인 호소를 하기도 한다. 보티첼리의 ‘봄’을 공격했던 단체의 성명은 이렇다. “오늘날 이(작품)처럼 아름다운 봄을 볼 수 있을까? 화재와 식량 위기, 가뭄 등이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예술을 이용해 경종을 울리려 한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대상(명화)이 파괴되는 걸 보면서 느끼는 고통을 통해, 지구 파괴의 의미를 깨달으라는 말이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은 범인은 이렇게 주장했다. “당신의 눈앞에서 아름답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무언가가 파괴될 때 어떤 생각이 드나? 분노를 느끼나? 그렇다면 지구가 파괴되는 것을 볼 때 당신은 어떤가? 이 그림은 유리로 보호되고 있어서 괜찮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명화 테러’는 용인될 수 없는 ‘폭력행위’다. 아무리 목적이 숭고해도 모든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고, 명화는 감상의 대상이지 훼손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분(환경 보호)과 행동(명화 테러) 사이에 논리적 연결도 없다.   미술관 측은 이들의 시위 방식과 미술관을 정치적 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명화 테러에 대한 사회의 반감도 크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화석연료를 줄이자면 차라리 육류 소비를 줄이거나 비행기를 적게 타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테러를 멈추라! 명화는 아무런 죄가 없다. 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수난 명화 접착제 수난 환경보호단체 회원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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