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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감사 여행’을 떠나자

저널리스트인 제이컵스(A. J. Jacobs)가 추수감사절 저녁에 온 가족이 모인 식탁을 앞에 두고 기도했다. “신선한 토마토를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토마토를 길러주신 농부, 가게까지 운반해 주신 트럭 운전사, 마켓에서 계산해 주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기도가 끝나자 옆에서 듣고 있던 10살 난 아들이 물었다. “그런데 아빠! 아빠가 감사하다고 한 사람들은 지금 우리 아파트에 살지도 않는데 아빠의 말을 어떻게 들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이컵스의 질문에 아들이 답했다. “아빠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직접 찾아가서 고맙다고 해야죠.” 아들의 말에 영감을 얻은 제이컵스는 고마운 이들을 직접 찾아가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삶의 여러 부분에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범위가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들을 직접 찾아가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감사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노력과 기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두를 재배한 농부와 운반하는 트럭 기사는 물론, 트럭이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만든 사람들, 원두 배달 트럭이 사용하는 개솔린을 생산하는 정유 회사의 사장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 외에도 컵을 만드는 회사, 뜨거운 음료가 담긴 종이컵에 씌우는 뚜껑을 개발한 사람, 커피 원두의 해충 방제약을 만드는 사람, 건축가, 생물학자, 디자이너, 광부, 위생검사관, 철강 공장 근로자, 수도국 직원에서부터 원두 구매 담당자와 바리스타에 이르기까지 커피 한 잔이 그의 손에 쥐어지기까지 수고한 이들을 찾다 보니 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제이컵스는 ‘감사 여행’의 경험을 “생스 어 싸우전드(Thanks a Thousand)”라는 제목의 책에 담았다. ‘천 명에게 감사하기’라는 뜻이다. 수개월에 걸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아침,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커피 한 잔은 예전의 커피가 아니었다. 이 커피 한 잔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의 손길이 더해졌는지 알기에 아침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드리는 그의 기도에는 진실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음은 물론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노래했다면, 나는 오늘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이렇게 노래한다. ‘이 커피 한 잔을 마시게 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리도 땀을 흘렸나 보다’.
 
아침 신문이 내 삶의 자리에 찾아오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수고가 있었을까? 취재와 편집을 거쳐 인쇄와 배달까지 모두가 편히 잠자리에 든 시간에도 쉼 없이 움직인 이들의 수고가 만들어 낸 작품이다.
 
내 삶에 주어진 어느 것 하나 그냥 된 것이 없다. 모두 누군가의 희생과 땀과 헌신의 결과물이다. 제이컵스처럼 직접 찾아가서 감사하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으로나마 감사하며 ‘감사 여행’을 떠나자. ‘감사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는 영혼을 가득 채우는 행복감이라는 귀한 선물이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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