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외딴 바닷가 소년이 원한 것

한밤중 멕시코 오지의 바닷가에 홀로 남아 캠핑 동료들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앞에 펼쳐진 밤바다는 교교한 달빛으로 아름답게 빛나지만 차가운 바닷바람과 인적없는 벌판에 혼자라는 무서움만 남는다. 마을에서 3마일 떨어진 이곳, 오직 오두막집 한 채가 있을 뿐이다. 인기척에 부스스 일어난 11세 소년 엔리케가  스스럼 없이 처음 본 내 손을 잡는다. 인적 없는 곳에서 무척이나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 후부터 이곳을  방문할때마다 외로운 소년과의 만남을 이어 같다. 소년은 항상 흐트러진 머리, 찢어진 운동화에 남루한 옷차림, 그리고 웃음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무능한 아버지 대신 매일 조개를 캐서 생계를 돕고 있었다.  
 
그의 때뭇지 않은 순수함이 안쓰러워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몇 번을 주저하더니 학교 갈 때 쓸 백팩이 갖고 싶다고 한다. 딸이 쓰던 백팩을 딸의 허락을 받고 주었다.  다음날 시내 병원으로 환자를 보러 나가는 길에 엔리케가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3마일이나 떨어진 마을 학교로 가는 모습을 봤다. 다른 아이들은 다 책가방이 다 있었다.  
 
엔리케는 가난의 부끄러움과 부러움으로 학교에 다녔을 것이다. 생전 처음 가방을 멘 그의 즐거운, 아니 자랑스러운 표정을 본 순간 벅찬 감정이 가슴을 채운다. 우리애겐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곳에선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엔리케가 마을 아이들의 자전거를 부러워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자전거를 갖다 주었다. 아들이 수년 전에 타다 창고에 넣어둔 것이었다. 기뻐하는 엔리케를 뒤로하고 진료를 갔다 돌아와 잠을 자려는데 텐트 밖에서 소음이 들린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자전거을 낮에는 타지 못하고 조개 캐는 일이 다 끝난 깜깜한 한밤중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을 바닷가로 데리고 가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했다. 아이들은 쉽게  친구가 되고 금세 어울려 모래로 집을 짓고, 게와 소라, 조개를 잡고 갈매기를 쫓아 달리면서 깔깔거리는 모습이 한 폭의 정겨운 그림 같았다. 아들은 엔리케와 작별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너와 엔리케의 다른 점이 무엇이지?”라고 물었다.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지금까지 너의 노력만으로 한 것은 하나도 없지? 단지 너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엔리케는 멕시코 오지에서 태어난 것 뿐. 이런 은혜를 거저 받았으니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라고 말했다. 아들이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보답의 응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추수감사절이 다시 찾아온다. 욕망의 계절을 반성하며 변함없는 순결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정신적 재고 정리가 필요한 계절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되살리는 뜻깊은 추수감사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청원 / 내과의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