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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491자 한·중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지난 15일 첫 대면 정상회의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줘야 하나. 정부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당초 한·중 정상회담이 확정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회담이 개최된 것에 그래도 선방한 게 아니냐는 평가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자위하고 넘어가기엔 현재 처한 한·중 관계가 안쓰럽다.
 
솔직히 윤 대통령이나 시 주석은 당분간 상대 국가를 방문할 형편이 안된다. 윤 대통령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터여서 이번엔 시 주석이 방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 주석은 한국의 반중 정서가 강한 상태에서 한국을 방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번에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궁색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는 16일 하루 8486명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로 세계에서 감염자 수 증가 8위에 올랐다. 코로나 운운은 그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최선은 제3국에서의 만남이다. 한데 이마저 사전에 결정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최종적으로 이뤄진건 양국 고위급 간 소통이 그만큼 매끄럽지 못하다는 걸 말한다. 그런 모습은 한·중 정상회담을 전하는 중국의 보도 태도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19개 나라와 양자 회담을 소화했다. 주목할 건 보도 분량이다.
 
글자 수가 나오는 기사 작성 프로그램을 통해 보니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이 2868자 기사에 영상은 10분 51초다. 2위와 3위는 행사 주최국인 태국 및 인도네시아로 각각 1610자와 1172자에 이른다. 네 번째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회담으로 1025자의 글에 3분 54초 동안 전파를 탔다. 놀라운 건 한·중 정상회담 보도가 가장 짧게 처리됐다는 점이다. 491자에 1분 46초다. 500자 미만으로 보도된 건 우리가 유일하다. 이게 바로 수교 30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현주소다.
 


때론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다. 중국의 모든 신문에 활자로 찍히고 중국의 모든 TV 전파를 탔을 이 보도는 중국이 세계 각국 중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상대하고 있음을 중국 인민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은 그래도 막판에 회담을 취소한 수낵 총리의 영국이나 시 주석과 말싸움을 벌인 트뤼도 총리의 캐나다보다는 나은 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실패나 과락이라 할 수 없겠지만, 성공이나 합격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491자의 한·중 정상회담은 점수로 말한다면 잘해야 49점, 아니면 41점이 아닐까 싶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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