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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눈물이…노래하고 싶었다”

‘불후의 명곡’서 이별 등 불러
2012년 은퇴 선언 후 첫 무대
“옛날엔 고음 잘한다 뽐냈는데
”명함 못 내밀겠다“ 후배 칭찬도

 “여러분 많이 보고 싶었고, 무대가 그리웠고, 노래 부르고 싶었습니다. 10년 만에 ‘불후의 명곡’ 무대에 다시 서니 60여년 전 데뷔했을 때만큼 떨리고 긴장되고 흥분되고 행복합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공개홀 ‘불후의 명곡’ 무대에 오른 가수 패티김(84)의 목소리는 떨렸다. 10년 만에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고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1983)을 부른 그는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2012년 2월 공식 은퇴를 선언한 그는 이듬해 10월까지 이어진 전국투어 ‘굿바이 패티’를 마지막으로 55년 가수 인생을 정리했던 터였다.
패티김을 ‘불후의 명곡’ 무대로 부른 건 오랜 인연이었다. 당시 JTBC 15부작 ‘패티김 쇼’(2012~2013)를 함께 한 MC 신동엽과 작가 등 제작진이 미국에 살고 있는 패티김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설득했다. 1958년 미 8군 부대에서 시작해 일찌감치 미국ㆍ일본 등 해외 활동을 펼친 그는 “K팝 가수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어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10년 전과는 또 다른 후배들이 그 오래된 노래를 어떻게 해석해서 불러줄지 궁금했다”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패티김은 이날 무대에서 ‘9월의 노래’ ‘이별’ ‘서울의 찬가’까지 총 4곡을 불렀다. 그는 “10년 동안 깊이 잠들어있는 목소리를 끌어내기가 힘들었다”고 했지만 여전히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가 넘쳤다. 패티김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길옥윤이 작사ㆍ작곡한 ‘9월의 노래’를 꼽았다. 두 사람은 1966년 결혼해 73년 이혼했으나 이후에도 음악적 동반자였다. 패티김은 “노랫말이 정말 시적이고 멜로디도 너무 좋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머리 희끗희끗한 할아버지가 자기 음악에 도취해 노래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형근 PD는 “한국에 오신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미팅만 3~4번 정도 진행했고, 거의 매일 같이 연습하셨다”고 말했다.
2018년 조용필 편 이후 처음으로 3주에 걸쳐 특별 편성되는 ‘불후의 명곡’이다 보니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16팀이 무대에 올랐다. 옥주현은 “어릴 적부터 선생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다”며 “매번 뮤지컬을 할 때마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데,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은 선생님의 특징을 담아 노래하면 완벽하겠다 싶어 참고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기영ㆍ박민혜(빅마마)ㆍ서제이 등 여성 보컬리스트들은 “언제쯤 무대에서 뵐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선생님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패티김이 평소 아끼는 후배인 이선희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오후 12시 30분부터 시작한 7일 녹화는 자정이 다 돼서야 끝났다. 패티김은 11시간 넘게 이어진 녹화에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도 옛날에는 고음 잘한다고 뽐냈는데 여기선 명함도 못 내밀겠다”며 후배들이 준비한 무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날 녹화장은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함께했다. 보통 7~8대 1인 방청 경쟁률이 18대 1로 껑충 뛰었다. “‘이별’은 별거 도중 나와서 이혼송이 됐다” “‘사랑은 영원히’는 이혼식 후에 받았다” 등 패티김이 솔직담백하게 후일담을 털어놓자 젊은 관객 사이에서 ”그 시대에 정말 멋지시다”는 탄성이 쏟아졌다.
패티김 측은 “은퇴를 번복하거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재회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패티김은 녹화를 마치며 “오늘 출연한 모든 팀과 한 번씩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앨범을 내고 싶다”며 “그중에서도 포레스텔라와 함께 하면 별같이 아름다운 화음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가 되어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은 나의 운명이고, 내가 즐기는 노래를 여러분들이 즐기게 하는 것은 나의 숙명”이라며 “또다시 10년 후가 아닌 조금 더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뵙기를 약속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녹화분은 26일, 다음달 3일과 10일, 세 차례로 나눠 방송된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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