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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매일 기억되는 선물

우리의 일상에서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일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일, 졸업식, 결혼 혹은 직장에서의 승진과 특별한 기념일 등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요즈음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애완동물들까지 챙겨야 하는 문화로 발전하였다. 이 중에서도 선물교환의 대명사인 크리스마스는 한 해의 제일 큰 행사라고 하겠다.  
 
이처럼 종종 선물이 오고 가는 가운데서 그것을 준비한 주인공을 매일 기억하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선물의 가치로나 쓰임새 아니면 물품의 의미에 따라서는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 것도 분명히 있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자녀들한테서 기념품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 현금을 받지만 그렇다고 더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아침저녁 두 번씩이나 선물한 당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최근의 이 체험은 매우 이색적이며 놀라웠었다.  
 
다름 아닌 치약이다. 일상 소모품인 치약을 가족이 아닌 다른 지인들로부터 받아보기는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이들의 하루 중 첫 일과는 당연히 양치질과 세수임이 틀림없는데 나의 손으로 사지 않은 이 생소한 치약은 화장실에서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다. 날로 상승하는 한국인 특유의 기술로 만든 것인지 맵지도 강하지도 않다. 이 상큼한 치약 향이 입안에 번지면 금방 좋은 기분이 된다. 선물의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그것을 가져다준 이의 모습만 떠오른다. 뇌리에 각인된 기억은 더 향기로울지 모른다.    
 


갑자기 전화로 빈자리 골프 인원을 채워달라는 부탁에 참석하는 일이 고마운데 빈손으로 오지 않고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면서 베푸는 마음마저 담아서 가져온 치약이었다. 오래전에 같은 교회를 섬기었던 인연의 까마득히 젊은이다. ‘7학년, 8학년’을 다 넘긴 우리 세 사람의 길 잃은 공을 찾아주느라 빠른 걸음으로 잔디밭을 다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한국인의 정서 중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유유서’의 표본이다.  
 
나이 든 사람을 대우하는 이 아름다운 전통을 경험하는 일이 쉽지 않은 미국이라서 더 깊은 인상이 남았을 것이다. 핸디가 낮아서 시원한 스윙을 보는 일도 좋았다만 골프를 치는 중, 이 스포츠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골프 매너에 10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후배라고 여겨지기도 하였었다.  
 
그녀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들이 그 치약을 볼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꼬박꼬박 두 번’은 싱크대 옆에 있는 치약 튜브를 지나치는 일은 없을 터이고 이 튜브가 빈 껍데기로 버려질 때까지는 ‘긍정 호르몬’의 효력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해를 어떤 감사로 채우며 생활하였는지를 되돌아보는 추수감사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울러 감사함을 표현하는 데 많이 부족하였던 일상을 반성하며 셀 수 없이 많았던 감사의 제목으로 인하여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식탁도 나누며 사랑을 표시하는 계절이다.  
 
곧 이어서 돌아오는 한 해의 제일 분주한 선물의 계절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이때쯤에는 늘 고민하는 주제가 ‘어떤 선물로 가야 될까?’ 이다. 올해는 일상의 치약이 준 ‘긍정 호르몬’을 떠올려보는 계기가 큰 깨달음이다.

김옥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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