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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산맥 노부부의 가뭄 투쟁기

우타마(Utama)

안데스 고산지대에 사는 노부부는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운명을 앗아간다 하더라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기를 거부한다. [KinoLorber]

안데스 고산지대에 사는 노부부는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운명을 앗아간다 하더라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기를 거부한다. [KinoLorber]

볼리비아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가 생생하게 와이드스크린에 펼쳐진다. 미니멀리즘으로 채색된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청정 지역일 것만 같은 이곳에도 갈등이 있다.  
 
볼리비아 지방어로 우리 집을 뜻하는 ‘우타마’는 가뭄에 시달리는 볼리비아 고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부부 비르지니오와 시사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사랑과 인간애, 그리고 토착 문화에 대한 집착이 기후와 갈등하고 그리고 문명과도 갈등한다.  
 
노부부는 안데스산맥의 고산지대에서 라마를 키우며 평생을 살아왔다. 극심한 가뭄으로 주민들은 하나둘씩 마을을 떠나가지만, 노부부는 그들의 땅과 문화를 놓지 못한다. 도시 라파즈에서 손자 클레버가 찾아온다. 헤드폰이 없이는 하루도 못 지내는클레버는 현대문명을 상징한다. 그들에게 손자의 도착은 거부할 수 없는 문명과 떠날 수 없는 땅 사이에 갈등을 불러온다.    
 
메말라 가는 땅의 원인이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사막화에 기인한다는 걸 알 턱이 없는 노부부는 삶의 터전을 지키고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고수한 채 땅을 축복해 주는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서로 맞잡은 주름진 손, 침통한 표정이 가득한 얼굴과 함께 점점 더 많아지는 먼지로 인해 심해지는 천식,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세상과의 단절감으로 다가온다.  
 


볼리비아의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출품작 ‘우타마’는 알레한드로 로아이사 그리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암울한 현실과 절망감으로 가득하지만 뒤늦은 깨달음을 전하는 ‘우타마’는 최소한의 스토리라인, 롱테이크 촬영, 미니멀리즘으로 특징지어지는 ‘슬로우 시네마’ 형식을 취한다.  
 
제작진이 로케이션을 찾다가 현지에서 만난 실제 원주민 부부가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연기한다. 연기 경험이 전무하지만, 평원에서 평생을 가축들을 돌보며 살아온 라마 목동의 삶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다. 순리를 지키며 살아온 오랜 세월, 서로에 대해 겹겹이 쌓인 그들의 애정에서 왠지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후타마’에서 보는 기후변화의 위기는 실로 심각하다. 황량해져 가는 건 땅만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도 황량해져만 간다. 손자는 천식 증세가 심해지는 할아버지에게 라파즈로 가서 살자고 제안한다.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말한다. 독수리는 자신이 늙어 사냥이 힘들어지면 산꼭대기로 날아가 날개를 접고 스스로 낮은 곳으로 몸을 던져 세상과 이별한다고. 자연의 거대함 앞에 인간은 무기력하다. 막바지 절망조차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는 노부부에게 문명은 억지일 것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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