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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중국 당 대회 취재기? 달리기!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폐막한 지난달 22일 오전. 취재 신청과 허가, 나흘간 격리를 거친 외신 기자를 태운 버스가 천안문 광장 정양문(正陽門)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외국 통신사 소속 현지 여직원이 뛰쳐나갔다. 홍콩의 신문은 ‘광분의 질주’라고 썼다. 운동선수 복장에 가방도 장비도 없었다. 광장 남쪽부터 행사장 인민대회당 동문까지 800m 육상 경주를 방불케 달렸다. 다른 촬영 기자들도 가만있지 못했다. 집단 달리기가 시작됐다. 육중한 삼각대와 대포 같은 망원렌즈를 어깨에 메고 그녀를 쫓았다. 광장을 지키던 무장경찰까지 놀랐다. “몇몇 외국 기자들이 광장 서쪽을 질주하고 있다”고 타전했다. 대회당 동문 검문소에서 잠시 멈춘 뒤 다시 계단을 뛰어올랐다.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하고서 2층 대기실로 다시 달렸다. 단거리와 장애물 경주를 넘나들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공 전 총서기의 퇴장을 14억 중국인을 제외한 수십억 외국 독자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이들의 달리기 덕이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홍콩 기자들은 외신에 지지 않도록 평소 운동을 다짐했다는 후문이다.
 
제로 코로나와 시진핑(習近平) 일존(一尊) 시대는 당 대회를 방역 루프에 가뒀다. 루프에 갇힌 20차 당 대회는 5년 전과 달랐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의 특징이자 철의 규율인 단결이 깨졌다. 미스터리 속 전직 일인자의 비정상적 퇴장 때문이다. 분열된 수뇌부를 만천하에 보여줬다. 폐문 회의와 달리 공개회의에서 단결만 과시하던 불문율을 깼다.
 
앞서 16일 개막 정치보고에서 시진핑은 고전 ‘시경(詩經)’ 속 ‘우심충충(憂心??)’을 인용했다. 근심과 초조함을 말한다. 당의 장기 집정(執政) 위기를 언급하면서다. 10년 전 후진타오가 말한 ‘망당망국(亡黨亡國)’과 같은 취지다.
 
해법도 내놨다. ‘경제 건설 중심’에서 안보를 발전에 앞세운 기울어진 병진노선으로 대전환이다. 전환의 뿌리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였다. 마오 시대 국가 소유제가 지배하던 계획경제는 실패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시장을 도입해 경제를 발전시켰다. 경제 건설 중심의 시대가 시작됐다. 대신 시장이 중공의 권력 독점을 위협하지 못하게 울타리에 가둬야 했다. 시장과 권력의 불편한 동침, 중국식 패러독스다. 시장이 굴기했다. 이른바 영수(領袖)가 ‘망당망국’을 ‘우심충충’한다고 했다. 병진노선을 중국식 현대화로 포장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어디로 향할까. 베이징 외신 기자의 준비가 달리기에 그칠 수 없게 됐다.

신경진 /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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