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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실종된 책임의식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최근 심한 기침과 몸살을 동반한 독감을 앓았다. 기침이 심해 회사에 몇일간 병가를 냈다. 목감기용 물약을 두 병이나 먹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급한 마음에 예약도 없이 주치의에게 아침 일찍 달려갔다.  
 
리셉셔니스트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괜찮다고 대답하고 앉아있으니 얼마 안 있어 주치의가 출근했다. 하필 그 때 주책없이 토하듯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한 간호사가 여차저차해서 예약 없이 환자가 왔다고 주치의에게 설명한다. 주치의는 환자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코로나 검사는?”이라고 짜증 섞인 듯 간호사에게 묻는다. 간호사는 두 번 검사했는데 다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 주치의는 이미 환자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의 눈빛은 마치 세균덩어리를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공간에서 제거해야한다는 확고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환자가 예약 없이 주치의를 찾은 것은 분명 잘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환자를 문전박대하는 것이 맞는지 당황스럽다. 아파서 의사를 찾는 게, 더구나 코로나19 시대여서 두 번이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온 환자에게 상태를 체크하지도 않고 응급실로 가라는 말만 하는 것이 주치의가 할 일일까. 자신과 직원들의 안전을 생각한 조치였으리라는 점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만약 그게 전부였다면 그는 비즈니스의 좋은 사장님은 될 지 모르지만 좋은 의사, 아니 기본적인 의사의 본분은 내팽겨친 것과 다름 없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예악 없이 주치의를 찾은 기침이 심한 감기나 독감 환자는 모두 응급실로 보냈을까? 의사의 본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더 절실하게 느끼며 사는 요즘이다. 직업이나 지위에 상관 없이 수 많은 사람이 자신을 위해 더 많은 유무형의 이득을 취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그 방식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상대방이 잘못해서 일을 그르쳤다라고 말한다. 이런 부류는 대부분 적절한 변명과 희생양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
 
결은 많이 다르지만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에서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희생양을 찾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56명이 서 있어도 부족할 것 같은 공간에서 156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그 누구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경찰청장이나 소방청장은 물론 주무부서 장관이나 대통령까지 그 누구도 “제 탓입니다”라는 말을 아꼈다.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이자 행정의 책임자들인데도 누군가의 잘못 때문으로 탓을 돌렸다. 심지어 외국 문화인 핼러윈데이 파티를 즐기러 그곳에 간 희생자들의 잘못인 것처럼 매도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 참사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국가 기관들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최우선이다. 따라서 미리 재난이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없애야 한다. 특히 상식적으로 수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나 이벤트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치가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의사의 존재 이유는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 보호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만약 기침이 심했던 환자가 문전박대 당해 집이나 응급실로 향하다 목숨을 잃거나 사고라도 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 주치의는 뭐라 변명했을까 궁금하다. 의사든 국가든 아니면 각자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의사나 공무원은 사리사욕이나 개인의 안녕보다는 환자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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