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이태원으로 간 젊은이들
맥도날드에 갔더니 직원들이 머리 장식까지 한 핼러윈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한국에서는 핼러윈 파티를 위해 모였던 많은 젊은이가 압사하는 참사로 온 국민이 통곡하고 있지 않은가.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어른들은 단풍놀이도 가고, 해외로 떠나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색다른 주말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대부분이 20~30대인 그들은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고 부푼 꿈을 키워나갔을 사람들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분주한 시절인가? 그들은 또래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도 추며 젊음의 열기를 마음껏 발산하고 싶었으리라.
필자가 근무하던 시절 한국의 학교들은 매년 3박4일 일정의 학생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위탁 기관으로 가기 전에 학급별 장기 자랑을 준비해야 했다. 회의를 통해 뽑힌 10여 명의 학생은 학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방과 후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서로의 행동을 교정하며 연습하느라 어두워도 귀가하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체험학습의 마지막 날 밤 열리는 장기자랑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열정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아마 오늘날 K팝 문화도 팔다리를 같이 움직이며 연습하던 그 시절에 이미 싹을 틔운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K팝 문화가 외국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듯 핼러윈도 그 원형이야 어떻든 이미 세계 젊은이들이 공유하는 문화가 아닌가? 이번에 이태원에 몰려든 젊은이들도 핼러윈을 빌미로 마음 들썩이며 축제에 참여했으리라. 남의 문화를 영혼 없이 추종한다기보다 그들에게는 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광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엄청난 참석자 숫자에서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갈망과 내면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추모 공간이 늘어나면서 어떤 젊은이는 같은 또래로서 미안해했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경찰들과 소방 요원들, 구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해명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압사 참사가 일어난 곳은 폭 4미터 의 좁은 내리막길이었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 모인 인원은 10만 명이라고 한다. 이런 두 가지 사실만 가지고도 안전 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무한대로 들어갈 수 있는가? 내리막길에서 밀고 밀린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 출입 제한이나 일방통행 조치를 고려해 보았는가?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선견지명이나 혜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왜 모인 그들을 탓하는가? 이번 참사로 숨진 수많은 원혼들은 핼로윈 때마다 그 거리를 울며 찾아올 것 같다. 고인들이 편히 잠들 수 있을까?
권정순 / 전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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