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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딥사우스’서 본 LA시의원 인종비하 발언

필자는 2021년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뉴욕, LA에 있는 친구들에게 걱정스러운 충고를 많이 들었다. “인종차별의 역사가 있는 남부에서 살 수 있느냐?” “아시안으로서 차별당한 적이 없냐?” “총을 든 레드넥들에게 위협당한 적이 없냐” 등등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애틀랜타는 좋은 곳이고 백인.흑인을 막론하고 너희들이 생각하는 일상생활 차별은 없다고 대답한다. 오히려 타주 친구들에게  ‘남부의 친절함(southern hospitality)’에 대해 배워보라고 한다.
 
‘딥사우스(Deep South)’에 사는 한인으로서 LA시의원들의 ‘인종비하 발언’은 충격적이다. 가장 리버럴한 도시이며 다인종이 어울려 사는 도시인 LA의 지도자들이, 그것도 라티노게 정치인들이 흑인, 유대인들에게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은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종차별이라고 하면 백인들이 가해자이고, 흑인, 라티노, 아시안 등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흑백 대립’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인종차별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이기도 하다. 라티노가 인종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필자는 남부 토박이들을 대상으로 한인사회를 소개하는 연설을 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한다. “인종문제를 흑백 개념으로만 보지 말라. 한인, 중국계, 베트남계, 일본계 등은 아시안들이지만 각자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갖고 있다. 이제 다크와 화이트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초콜릿, 다시 말해 개별 이민자 커뮤니티를 각각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이른바 좌파, 자유 진영 정치인들이 인종 문제를 흑백문제로 너무 단순하고 게으르게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부 정치인들은 “우리는 백인 우월주의에 반대하고 소수민족 이민자를 위해 일한다”고 한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그들 정책의 중심은 ‘소외당하는 흑인, 라티노’에 집중돼 있고, 한인과 타인종들은 ‘아시안’이란 이름으로 싸잡아서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LA나 뉴욕 등 소위 이민자 친화적인 도시들이 오히려 애틀랜타 등 남부를 ‘인종차별’의 현장인 양 오해하는 사례가 많지만 실상은 그 반대인 셈이다.
 
LA 토박이이며 에미상을 받은 라티노계 작가 리처드 로드리게스는 “그동안 정치권은 앨라배마나 루이지애나에서 백인 공화당원에게 탄압받는 흑인 유권자들 문제에만 집중했다”며 “그러나 LA정치권은 우리 정치권의 가장 나쁜 모습을 흉내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LA흑인사회를 다루는 언론인 에린 오버리 캐플란은 “LA정치권은 흑인사회를 오랫동안 무시해왔다”며 “밑바닥 흑인들과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편견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원이며 LA시의회 보좌관을 지난 재스민 캐닉도 “흑인들이 도심에서 쫓겨나고 있는데 LA는 그동안 이 문제에 침묵해왔다. 이제 LA는 반 흑인 도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멕시코계 원주민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아세니오 로페즈는 “케빈 드레온과 길 세디요 시의원은 라티노를 대표할 자격이 없으며 당장 물러나야 한다”며 “지금 시의회에는 원주민 출신 의원이 단 한명도 없으며, 이들은 원주민을 비롯해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LA에 25년을 살다가 현재 베네수엘라로 이주한 언론인 리처드 모레노는 국제적 파장에 대해 “이 문제는 LA뿐만 아니라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까지 소문이 퍼졌다”고 지적했다.
 
백인 다수 지역에 산다고 무조건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라티노라고 해서 무조건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커뮤니티가 그곳 이민자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냐의 여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LA의 인종문제가 백인이 절대다수인 ‘딥사우스’보다 오히려 심각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LA시의회가 인종차별을 저지른 시의원들을 퇴출시키고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기원한다.   

이종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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