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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드리머 학생’ 돕는 사람들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다가 서류미비자가 된 학생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21일 민권센터에서 열린 ‘드리머스 장학금(Dreamers Scholarship)’ 시상식에서 기부자 이경희(69)씨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의자에 앉아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서류미비 학생 두 명이 이씨가 기부한 2000달러를 각각 장학금으로 받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이씨는 가슴이 저려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씨는 드리머스 장학금을 위해 무려 5만4000달러를 민권센터에 기부했다. 4000달러는 올해 장학생들을 위해 따로 기부했으며 민권센터가 종잣돈 5만 달러를 더 많이 불려 더 많은 학생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민권센터가 가입된 전국 한인 권익단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가 운영하는 우리집 장학금에도 매년 1000달러씩을 기부하기로 했다. 우리집 장학금은 해마다 전국 곳곳의 서류미비 청년들을 선발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씨는 사업에 성공해 자산을 많이 가진 ‘부자’가 아니다. 1984년 미국에 와서 20년 넘게 봉제업계에서 일하고, 옷 수선을 했으며 최근 은퇴했다. 은퇴한 뒤에도 간간히 일자리를 얻으면 “일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민권센터에 기부할 돈을 까먹지 않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민권센터에 소식을 전했다.
 


이씨는 사회봉사 서비스를 받으며 민권센터와 인연을 맺었고, 팬데믹 기간 중 실업수당 신청 도움을 받은 뒤 기부를 결심했다. “언제나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서주는 민권센터가 좋다”며 생활비를 아껴서 기부하고 있다.  
 
민권센터는 이씨의 뜻을 받들어 장학기금을 크게 키워 나갈 계획이다. 내년에 장학기금 운영 방식을 발표하고 신청서를 접수한다. 그리고 서류미비 학생들을 돕는 손길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최근 30주년을 맞은 한인 기업 솔로몬보험(대표 하용화)도 민권센터에 큰 기부를 했다. 서류미비 학생 3명에게 각각 1만 달러씩, 모두 3만 달러 학비를 내주기로 했다. 민권센터는 솔로몬보험과 협의해 곧 선발 과정을 발표한다. ‘드리머스 장학금’과는 별개로 올해 한 번 지급되는 장학금이다.
 
최근 서류미비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이 소송에 휘말려 60만 청년들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2012년 시작된 DACA는 추방을 면하고 합법 취업을 허용한다. 하지만 2007년 6월 15일 전부터 미국에 살았어야 자격이 주어진다. DACA 자격이 되는 청년은 한인 5만 명을 비롯 120만 명인데 그중 절반 정도만 혜택을 받고 2년마다 갱신을 하고 있다. 법원 판결로 현재 DACA 신규 신청은 막혀 있다. 그리고 미국에 늦게 와서 DACA 조건도 갖추지 못한 서류미비 청소년들의 숫자는 해마다 10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드리머’라고 부른다. 부모의 손을 잡고 미국에 와서 이곳이 자신들의 땅이라고 믿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서류미비’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다. 그래서 미국민이 되고 싶은 꿈을 꾸는 청년들이다.
 
서류미비 장학금은 이들의 학업을 돕는다. 그래서 이들이 언젠가 미국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그 날까지 고개가 꺾이지 않도록 힘이 돼 줄 것이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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