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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당신의 은퇴 자금 준비는?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대표적 직장인은퇴연금인 401(k)는 불황의 산물이다. 401(k)가 선보인 1980년대 초반은 2차 오일쇼크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1978~1979년 사이 발생한 2차 오일쇼크로 엄청난 인플레이션 고통을 받았다. 당연히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급격히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1981년 6월에는 기준금리가 20%에 육박했다. 1년간 무려 10%포인트 가까이나 올린 결과다. 이에 비하면 최근의 금리 인상 폭은 약과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웬만한 기업은 버티기가 어려웠다. 당연히 파산 기업이 줄을 이었다.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은 확정혜택(defined benefit) 방식의 직원 은퇴연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산 상황에서 은퇴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입이 끊긴 은퇴자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은퇴연금 시스템의 전환 필요성을 느꼈고 이때 등장한 것이 401(k)다. 미국 은퇴연금 시스템의 핵심이 확정혜택에서 확정납부(defined contribution) 방식으로 바뀌는 계기였다. 쉽게 말하면 “국가나 기업이 개인의 은퇴자금을 책임질 수 없으니 은퇴 준비는 각자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요즘 중년 연령대의 지인 3명 이상이 모이면 나라 걱정, 경제 위기에 이어 나오는 대화 주제가 은퇴 준비다.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보니 웬만큼 은퇴자금을 준비해 둔 사람도 슬슬 불안해지는 모양이다. 가만히 있어도 돈의 가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은 한인 중년들만은 아닌 것 같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파이낸셜 서비스라는 업체가 성인 23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은퇴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늦추겠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언제 은퇴를 계획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64세’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아 지난해의 62.6세에서 1.4세가 늘었다. 인플레 탓에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럼 ‘편안한 은퇴생활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최소 125만 달러’라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작년보다 20%나 증가한 금액이다. 인플레가 보통사람의 은퇴 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은 서민들이 은퇴 자금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탓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니 은퇴 자금 마련이 더 걱정일 수밖에 없다.  
 
은퇴 준비는 현실이다. 연령에 따라 체감 온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은퇴는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쯤은 ‘언제까지 일할 것이냐’, ‘은퇴하려면 돈은 얼마쯤 있어야 할까’를 고민해 봤을 것이다. 물론 본인이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이 달라 답은 제각각이겠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한인들의 은퇴 자금 준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본지가 지난 2020년에 전국 한인 4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한인 경제생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나 은퇴 자금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 후에는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유일한 수입원이라는 응답자도 많았다. 반면 은퇴를 해도 지금 수입의 70~90%는 필요할 것 같다는 답이 많아 현실과 기대치 사이에 상당한 괴리를 보였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은퇴 자금 준비는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또 늦었다고 판단해 포기할 일도 아니다. 나의 노후는 국가나 사회가 책임져 주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준비하는 수 밖에.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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