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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레스토랑의 시작

레스토랑의 기원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레스토랑이 원래 장소가 아닌 음식 이름이었다는 것이다. 18세기 파리에서 레스토랑이란 ‘부용(Bouillon)’ 같은 맑은 고깃국물을 지칭했다. 먹고 나면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음식이란 뜻에서 그런 고깃국물을 레스토랑이라고 불렀다.
 
레스토랑은 원래 소식을 하기 위한 곳이었다. 식욕이 떨어진 사람이 적은 양의 음식을 먹고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며 손님을 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의미가 변했다. 국물 음식이 아니라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가 레스토랑으로 변했다. 미국 인디애나대 사학자 레베카 스팽 교수는 식욕이 돌아왔으니 굴도 먹고 샴페인도 한 잔하고 스테이크도 한 점 맛보라는 식으로 요리 가짓수도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이전에도 식당은 있었다. 하지만 식당이라기보다 급식소에 가까운 형태가 주류였다. 기다란 테이블에 생판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앉아 주어지는 음식을 먹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때 먹고 싶은 음식을 메뉴판을 보고 골라서 주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레스토랑에 일하는 요리사들은 과거 귀족의 식탁을 책임졌던 사람들이었다. 신흥 엘리트 계층이 호사스러운 음식을 맛보면서 자신들은 우아하게 소식하는 사람이라고 뽐내기에 레스토랑보다 좋은 곳은 없었다.
 
출발점부터 레스토랑은 집에 먹을 게 충분해도 친교와 식사를 위해 가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우리의 관심은 자신의 지인 또는 가족으로만 한정된다. 초창기 레스토랑의 고객도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의 복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창문도 없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에 14~16시간씩 일하다가 과로에 만성질환으로 단명하는 요리사가 부지기수였다.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를 들이마셔서 호흡기 질환을 앓거나 오래 서 있어서 정맥류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20세기 초 프랑스 요리의 거장 에스코피에가 주방에서 담당 파트를 나누는 식으로 분업화하고 환기와 위생이 더 주의를 기울이면서야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요리사이자 음식 칼럼니스트인 박찬일은 식당 인테리어와 장비는 기막히게 좋아졌지만 주방 배기시설은 아직도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올해 2월 근로복지공단은 폐암으로 급식조리원이 사망한 것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그 정도로 배기시설에 문제가 많았단 이야기다. 밥 한 숟가락이든 빵 한 조각이든 음식 뒤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불행히도 우리는 빵 공장 노동자 사망과 같은 비극적 사건이 있고 나서야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 주방과 홀 사이에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만 같다. 이제 그 경계를 허물고 음식 너머의 사람과 소통할 때가 됐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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