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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팬데믹의 힘든 시간을 보내며

어쩌면 내일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우려 속에서 두 번이나 해를 넘기며 우리 모두 잘도 견디어 왔다. 깨어나고 싶었던 끝없이 이어지던 악몽의 순간들. 우리는 우리에 갇혀 알 수 없는 운명에 모든 걸 기댈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하고 보잘것없는 가련한 짐승이었다.
 
2020년 3월 16일 오전, 나는 패서디나에 있는 한 운동센터 트레드밀에서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10시쯤 TV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팬데믹 선언 뉴스가 속보로 나왔다.  이 운동센터는 그날 오전만 열고 정오 이후 문을 닫았다. 그 후 얼마 전 다시 문 열 열기까지 2년여 동안 텅 빈 주차장과 불 꺼진 건물 모습은 팬데믹 동안 황폐해진 우리 삶을 보여주는 듯했다.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해 당시 세계인구의 1/4인 1억 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는 흑사병을 떠올리며 얼마나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가.
 
‘길어야 한 달이면 되겠지’, ‘기온이 올라가는 5.6월이면 사라질 거야’ 하며 근거 없는 희망으로 불안감을 달래 보려 했지만 코로나는 계속 새로운 변종을 출현시키며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리곤 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이 가깝다고 했던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인양 백신 개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12월 15일엔 ‘ 희망이 온다 - 가주 오늘 백신접종 시작 ’ 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TV에서는 백신이 전국으로 배달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하는 믿음이 있었고, 우리는 이런 정부의 발 빠르고 적절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21년 1월 주위에서 백신 접종받았다는 영웅담 비슷한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어떻게 백신을 맞아야 할지 몰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도 보고, 언론에서 전하는 접종 장소들을 기웃거리다 어떤 친절한 흑인 여학생의 도움으로 드디어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 후 ‘이제는 살았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행복의 2가지 기본 조건은 ‘ 내가 지금 있는 위치가 안전한가’와‘ 힘들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가 존재하는가’ 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경제적 안정이나 인간관계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지만 천재지변이나 팬데믹같은 위기의 극복은 내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적절한 대책과 민간단체들의 헌신적인 활동,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 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미국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신뢰와 가슴 뿌듯한 긍지를 느꼈다.
 
코로나 팬데믹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난날 그 풍성한 축복의 시간이 얼마나 큰 은혜였나 깨닫게 했다. 그리고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귀중한 시간은 아니었을까?  
 
이 세상 태어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아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삶을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것이 어떤 특별한 삶이든,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것이든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축복받을 일인가.
 
아직 서성이며 물러가지 않고 있는 코로나가 올겨울도 꽤 위협적일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이 힘든 여정도 곧 끝날 것이다. 그래도 끝나야 끝나는 것이니 그때까진 우리 모두 실수 없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박명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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