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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학자금 융자 탕감은 잘못된 정책

연방정부가 학자금 대출에 대해 상환 유예 기간을 주더니 이제는 아예 탕감 신청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부가 수천억 달러의 돈을 마구 풀다 보니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제는 물가를 잡겠다고 이자율을 올리니 경제가 죽는다고 난리가 났다.  
 
개인이나 국가나 좋은 시절도 있고 어려운 시절도 있게 마련이다. 지금은 어려운 시절이다. 어려운 시절에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뛰어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돈을 마구 퍼줘서 그 어려움을 피하려고만 한다.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강해지고 사회가 튼튼해지는 것인데 어렵다고만 하면 돈을 퍼줘서 이 꼴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환자의 자생력은 무시하고 무조건 항생제를 사용하고,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면역력은 생길 리가 없고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모두가 나약한 병자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학자금 대출만 해도 그렇다.  그것은 남의 돈, 또는 국민의 세금을 꿔서 쓴 것인데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까지 그냥 탕감해 주겠다는 것이다. 학자금 융자를 받을 상황이 안된 사람도 있고, 빚을 지기 싫어 집을 팔아서라도 학비를 낸 사람도 있고, 혹 학자금 융자를 받았더라도 그동안 열심히 갚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불공평한 일이다.
 
내 경우 아들이 90년대 대학에 진학했다. 미국의 학제를 잘 모르는 이민 1세인 나로서는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지만대학은 각자 알아서 학비를 내는 것으로만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이 포모나에 있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가겠다고 해도 별 생각 없이 알아서 하라고만 했다. 그런데 합격을 하고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합처보니 1년에 3만여 달러나 됐다.   4년간 학비 계산을 하면 그 당시 웬만한 단독주택 가격이었다. 나는 그제야 심각해졌다. 이제 와서 다른 학교로 옮기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집 한 채 값에 해당하는 거액을 빚으로 안겨줄 수도 없었다.
 
결국 만사를 제쳐 놓고 아들 학자금 마련이 최우선 목표가 됐다. 그 결과 대출 빚 없이 졸업을 시켰다. 그에 대해서는 아들도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대한 융자를 받고 상환을 늦추고 버티면 이런 탕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을.  시기는 다르지만 지금도 나와 같은 학부모들이 꽤 있을 것이다.  또 졸업 후 열심히 학자금 융자부터 갚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입을 어디에 먼저 쓰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과 인품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선 빚부터 갚자는 사람도 있지만 쓸 것 다 쓰고 남으면 빚 갚겠다는 사람도 있다.  지금의 상황은 후자처럼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여러 주 정부와 단체들의 반대 소송으로 학자금 탕감이 일단 중지되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일단 중지가 아니라 아예 없던 일로 돼야 한다.        
 
항생제, 진통제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수혈은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만 해야 그 환자를 건강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송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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