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영어] 대통령의 영어와 언어정책 (Language Planning)
외국어를 아무리 잘해도 대통령의 말은 통역을 통해야 당당하다고 여겼는데 요즘엔 직접 외국 정상들과 친밀하게 소통하길 기대하나 봅니다. 최근 유엔 총회에서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대면한 짧은 시간을 활용했어야 한다는 이들이 있더라고요.가벼운 주제로 시작해 중요한 대화로 이어가는 비즈니스 ‘스몰 토크(small talk)’가 대세입니다. 이번엔 “Great to see you here, President Biden!” 정도면 자연스러웠겠죠? 오랜만에 만나면 “How have you been?(잘 지내셨어요?)”이라는 인사, 비행기로 먼 길을 왔다면 “How was your flight?(비행기 여행은 어떠셨어요)”라고 묻기, 평소엔 “How nice to see you!(만나서 반가워요)”, “Great weather today, isn‘t it?(날씨 참 좋죠)” 같은 얘기가 대화의 물꼬를 트죠.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이 어색한 침묵보다 친근감을 주니까요.
사실 공직자에게 영어 능력을 요구한 지는 오래됐습니다. 공무원 시험은 물론 법조인이 되는 데도 영어 점수가 필요하죠. 두 차례 헌법재판소에 소송이 있었을 정도로 영어는 사법시험과 로스쿨 입시에 뜨거운 감자였어요. 과거엔 실제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 반발이 있었지만 최근 나라의 위상이 향상되고 국제적인 교류가 늘며 영어의 필요성도 높아졌습니다.
영어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요?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효과적으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험 위주로 공부하니 실제 사용이 어렵죠. 젊은이들은 평균적으로 실력이 나아졌지만 발표나 글쓰기에 여전히 자신 없어 하죠. 그렇다고 영어교육을 싹 바꾸기도, 성인에게 전면적인 재교육을 실시하기도 어려운 현실이고요.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영어가 필수적입니다. 근대에 들어 영국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그중 하나였던 미국이 현대의 초강대국이 되면서 영어가 세계의 통용어가 됐기 때문이죠.
핍박받는 사람들도 영어를 알면 힘을 얻는다고 ‘English Empowerment(영어를 통해 힘 부여하기)’와 ‘English for Resilience(재기를 위한 영어)’라는 용어도 생겼습니다. 우리도 어떤 목적을 위해 ‘다시’ 영어를 배워야 한다면 편하게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죠.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들의 언어능력을 귀중한 자원으로 여기고 국익 차원에서 개발하는 포괄적인 언어정책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원하는 언어를 필요한 만큼 잘 배울 수 있어야 하죠.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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