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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소비자 목소리 외면하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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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키지루시 유업은 설립 5년만인 1955년 제조 공장의 정전으로 인해 생산된 오염 탈지분유를 먹은 초등생 900여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비상사태를 맞았다. 당시 미쓰기 사토 대표는 신속하게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소비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후 품질 최우선주의를 내세운 유키지루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연 매출 1조엔이 넘는 일본 최대 유제품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다 2000년 6월 말 역시 정전 탓에 독소 성분이 포함된 탈지분유로 만든 가공 우유를 마시고 1만4780명이 피해를 본 일본 최악의 집단 식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오염 사실 부정 등 늑장 대처로 비난을 받던 이시가와 데츠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황인종은 우유를 마시고 탈이 나는 경우가 일정 수 있다”는 변명을 반복하다 회견을 중단했다. 회견 연장을 요구하는 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이시가와 사장은 “나는 잠자고 있는 게 아니다”며 삿대질을 했다. 이에 기자들이 “우리도 자는 게 아니다”며 거센 반발을 사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전달되자 비난이 빗발쳤다. 이 사건 이후로 유키지루시 유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2009년 상장 폐지, 2011년 흡수 합병되며 결국 86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유키지루시 유업은 제품 결함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 분야 선도를 꿈꾸며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도난, 리콜, 집단 소송 등 크고 작은 이슈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리콜이야 자동차업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틱톡 챌린지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진 한국차 타깃 도난 사태는 유례가 없지 않나 싶다. 안전장치가 없어 타깃이 됐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현대차는 이달 초부터 보안 키트를 17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보안장치가 없어 절도 타깃이 됐는데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늑장 대응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올해 초 구매한 현대차 고성능 세단 엘란트라 N 소유주가 주행 중 배기음 규정 위반으로 티켓을 받았다는 내용이 유명 소셜네트워크에 소개 됐다. 가주차량검사국의 소음 테스트 결과 기준 초과로 결국 차량등록이 정지됐고 소유주는 현대차 측에 도움과 함께 차를 인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케이스 담당자와의 소통부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런 내용이 유튜브에 소개되자 100만회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그때서야 현대차 측은 “케이스를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해 고객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네티즌이 현대차 측의 소극적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댓글 가운데는 “USB 플러그로 훔칠 수 있는 차를 만든 회사” “현대차는 아무나 채용한다” 등 이번 케이스와 상관없는 글도 보였다. 이는 틱톡 챌린지와 최근 이슈가 된 현대차 협력사의 아동 노동법 위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현대차를 몰던 동료가 주행 중 엔진 정지 현상으로 수차례 딜러를 방문했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답답해 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동료는 손해를 보고 차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들이 제품 결함은 물론 억울함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언스타임스에 소개된 제임스 파워 4세  JD파워 수석부사장의 말이 주목된다. “소비자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신기술 개발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최대 경쟁력이다. 기업의 이미지가 곧 경쟁력이다.”
 
현대차 그룹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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