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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언어와 치유

말은 인간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말을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을 사고의 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말이 있었기에 서로 소통하였을 것이고, 그 소통의 흔적이 자식에게로 이어져 새로운 삶이 되었을 것입니다. 음성언어인 말이 문자언어인 글로 바뀌면서 생명력은 더 길어졌습니다. 말씀이 곧 사람입니다.
 
 사고가 먼저인가 말이 먼저인가 하는 논쟁이 있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논란처럼 보입니다. 말이 없으면 사고할 수 없고, 사고를 못 하면 말은 말이 아니라 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도 이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사고를 말로 풀어내어야 비로소 생각이 된다는 점입니다. 말로 하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로 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저 생각만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말에서는 이 경우에 ‘말로 하다’라고 표현합니다. 말로 한다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언어화(言語化)일 겁니다. 생각을 말로 나타내는 것을 언어화라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어화를 하고 있습니다. 언어화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괴로움이나 아픔으로 가득한 경우에도 언어화는 도움이 됩니다. 언어화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위로가 됩니다.
 
 물론 종교나 철학에 따라서는 말 이전의 세계, 말이 끊어진 세계, 말을 넘어서 공감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말의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맞습니다. 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 생각을 고스란히 담을 수 없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말로 해 보았다는 것입니다. 말로 해 본 후에 말의 한계를 느끼는 겁니다. 언어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로 하는 것이 오해가 되기도 하고 말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니까 말을 떠나는 세계를 꿈꾸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말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합니다. 생각 속에서는 정리되지 않던 수많은 감정이 언어화하는 순간 가라앉고 정리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특별한 깨달음을 주기도 합니다. 단순히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기도 합니다.
 
 상담은 그런 과정을 보여줍니다. ‘말을 해야 알지’라는 표현이 보여주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말을 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감정도 가라앉고, 채로 걸러집니다. 상담을 하고 났더니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는 말은 그런 의미입니다. 그래서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꺼내어 말로 하고, 이를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은 말의 힘을 보여줍니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글도 말입니다. 언어화의 중요한 수단으로는 글도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것은 쉽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자주 써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리가 말은 끊임없이 하지만, 글은 그다지 쓰지 않습니다. 글이 어려운 이유는 해 보지 않아서입니다.
 
글도 언어화라는 차원에서 매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매력적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차분히 써 내려 가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정리됩니다. 글을 쓰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따뜻해집니다. 머릿속에 엉켜있는 생각의 실타래를 말로 풀어내고, 글에 담아 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힘이 될 겁니다. 언어는 치유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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