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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여자와 남자, 사랑에 빠지다

스타스 앳 눈(Stars at Noon)

마가렛 퀠리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출연했던 80년대의 수퍼모델 앤디 멕도웰의 딸이다. [A24]

마가렛 퀠리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출연했던 80년대의 수퍼모델 앤디 멕도웰의 딸이다. [A24]

영화 리뷰

영화 리뷰

만난 지 불과 몇 시간. 섹스를 하기 전 여자에게 당신은 취했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묻는다. 내가 제정신이라면 지금 당신과 함께 여기 있을까, 라고.  
 
저널리스트인 그녀는 생존을 위해 몸을 팔고 관계했던 남자의 욕실에서 샴푸 병을 챙긴다. 무료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호텔에 손님인 척 들어가 공복을 채우고 공공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핸드백에 집어넣는다. 이국땅 니카라과에서 삶이 망가져 가고 있는 젊은 미국 여성 트리시(마가렛 퀄리)가 처해있는 곤궁한 상황을 말해주는 장면들이다
 
‘스타스 앳 눈’은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하의 니카라과를, 코로나가 한창인 현재로 옮겨 놓은 설정에서 시작한다. 여주인공 트리시가 영국 남성 다니엘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쫓는 에로틱 스릴러로 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유난히 식민지 국가들의 잔혹상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프랑스의 거장 클레어 드니의 저예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니카라과에 머무르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내전이 발발하자 이 나라를 떠났다. 곳곳에 총을 든 군인들이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는 비백인 권위주의 국가에 아직도 잔류해 있는 백인 여성 트리시에게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허름한 여인숙에 머무르고 있는 그녀는 때때로 정부 관리들에게 몸을 주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전쟁 지역에 갇혀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서 보내는 트리시에게 호텔 바에서 만난 영국인 사업가 다니엘(조 알윈, 로버트 패틴슨이 캐스팅됐다가 중도 하차)은 그녀를 위기에서 구출해 줄 구세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니엘은 자신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위기의 남자’임을 알게 된다. 불행하게도 트리시와 다니엘은 서로의 관능에 이끌려 사랑에 빠진다.  
 
트리시는 똑똑하고 냉소적이며 집요하다. 그러나 주변의 남자들은 그녀를 어리숙한 여자로 대하고 치근덕거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트리시의 내면을 드러내 보이는 퀄리의 신경질 가득한 연기는 영화를 끌고 가는 주동력이다.  
 
식민지 아프리카에서 성장한 드니 감독은 그만의 특정한 세계관을 작품에 투여하는 걸로 유명하다. 서구의 강국들이 약소국의 정치에 개입할 때 일어나는 일들은 대체로 비극적이다. 호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들은 강국의 음모와 연결되어 있는 위협적 인물들이다.
 
영화에는 자주 등장하는 길 잃은 들고양이들은 드니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타포이다. 트리시도, 다니엘도 길 잃은 들고양이들이다. 두 연인은 운명처럼 만나고 불운을 같이 하다 선택의 여지 없는 각자의 길을 택하면서 안타까운, 그러나 예견된 이별을 한다. 그들이 함께 서로의 몸과 마음을 나누었던 지저분한 모텔 방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뒤로한 채.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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