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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홀로 살기’의 의미

히스토리 TV 채널에  ‘홀로(Alone)’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2015년 방송을 시작했으며 10명의 참가자가 캐나다 그리즐리 마운틴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셀프 다큐멘터리다. 자연에서 스스로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해결하며 마지막까지 버틴 한 사람에게 50만 달러의 상금을 준다. 탭(포기 버튼)을 눌러 스스로 기권을 할 수도 있고, 치료가 필요해 제외되기도 한다. 최단기 기권자는 2016년 두 번 째 시즌 때 곰의 위협으로 6시간 만에 포기한 경우이고, 30세인 후안 파블로 퀸노네즈라는 출연자는 78일이나 견디며 나중에 ‘야생에서의 장기간 생존 방법’ 이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대학에서 아웃도어 리더십을 공부했고, 10년의 캠핑 경력을 가진 그는 지정된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규칙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토로했다.  굶주림과 외로움이란 인간 생존의 절대 조건을 생각하게 하는 코멘트이다.
 
곰이 나타나자 공포로 꼼짝 못 하고 그 자리에 선채 울기 시작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마지막 탭을 누르기 전에 이들이 느끼는 가장 절실한 공통점은 한결같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나는 종종 홀로 된 지인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수십 년 함께 살던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어떻게 홀로 매일 매일의 삶을 이어 갈까. 졸지에 광야에 홀로 내던져진 두렵고 아득한 느낌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더러는 종교에 의지하고, 더러는 자녀의 위로를 받고, 혹은 새로운 취미 생활을 통해 이를 극복할까? 아니면 그냥 죽지 못해서 ‘홀로살기’의 길을 감당해 나가고 있을까?  
 
‘같이 있어 주기’라는 광고를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던 38세 청년 모리모토 쇼지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오사카 대학과 대학원에서 우주지구학을 전공한 그는 회사에서 ‘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이란 형편없는 평점을 받는다. 그는 퇴직 후 2018년 6월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자인, 나를 대여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트위터에 올린 후 놀랍게도 3000건의 신청을 받게 된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몇 권의 책도 냈고 NHK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이 내용은 TV 드라마도 제작했다.
 
이토록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를 생각해 봤다. 우리는 이제 횡단보도를 걸으면서도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모습에 익숙하다. 이는 매 순간 사회 망에서 소외되지 않았음을 확인해야 하는 내면의 공허감 때문이 아닐까.
 
식사 때 그냥 앞에 앉아 있어 줄 사람, 멀리 이사를 할 때 기차역에서 손을 흔들어 줄 사람, 걱정 없이 속마음을 털어놔도 될 사람을 돈으로 대여하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테레사 수녀님도 ‘가장 끔찍한 가난은 외로움이며, 사랑을 못 받는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홀로’ 라는 상황은 인간의 가장 열악한 생존 조건이며, ‘홀로’ 시리즈 참가자들이 탭을 누르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김찬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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