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설치 승인
지역 최대 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PI)는 지난 14일 필라델피아 시 당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한국인 여성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 설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도시계획개발국 예술위원회는 지난 12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평화의 소녀상' 설치 승인 결정을 내렸다.
투표권을 가진 9명의 위원 가운데 출석자 8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소녀상'은 필라델피아 남동부 델라웨어강변의 유서깊은 동네 '퀸 빌리지'에 조성될 일본군 위안부 추모 공원 '필라델피아 평화의 광장'(Philadelphia Peace Plaza)에 자리잡게 된다.
의자에 앉은 위안부 소녀의 어깨에 새 한마리가 앉아있고, 옆에는 빈 의자가 놓인 형상으로,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건립된 '소녀상'과 같다고 PI는 전했다.
PI는 "소녀상은 일본제국군이 1930년대 초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1945년까지 한국 여성들을 어떻게 성노예로 강제 동원했는지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 대도시권 한인회(KAAGP)는 2017년 '필라델피아 평화의 광장 위원회'를 결성하고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다.
한인회 측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녀상 공원'이 조성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필라델피아 일본계 미국인 연합(JAAGP) 대표인 패트릭 데일리는 "미 국무부가 더 잘 처리할 이슈를 우리 도시의 논쟁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소녀상 설치에 반대했다.
JAAGP 변호인 에드워드 마주렉은 "소녀상은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일본인에 대한 증오와 경멸을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녀상 앞에는 설명을 담은 동판(비문)이 설치될 예정인데 예술위원회는 일본제국군의 만행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쟁과 성폭력'이라는 범세계적 문제로 보완할 것을 조건부로 동상 설치를 승인했다.
필라델피아 예술위원회 카르멘 페보 산 미겔 위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제국군의 문제 또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한인회 측은 예술위원회가 전쟁과 성폭력 문제를 범세계적 문제로 강조하려는 뜻을 이해하고 비문 수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비문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여러 개의 언어로 번역될 계획이다.
한편 PI는 2013년 로스앤젤레스 교외도시 글렌데일에 해외 첫 소녀상이 건립됐으며 이후 미국 6개 포함 전세계적으로(한국 제외) 17개의 소녀상이 세워졌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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