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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 김동길 박사를 추모하며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마음속 깊이 담아 두었던 박사님이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슬픈 마음 금할 수 없다. 몇 일 전 까지도 유튜브로 얼굴을 뵙고 박사님의 말씀으로 마음을 녹였는데 이제는 불귀의 객이 되었으니….    
 
옛 어른들이 속속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재물의 손실보다 더 귀중한 인적 손실이 아쉽다. 주위에 올바른 어른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바른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박사님은 1928년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났다. 1946년 월남해 연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에반스빌 대학에서 역사학 석사. 보스턴 대학에서 링컨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연대 부총장까지 지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두 차례나 강단에서 물러나는 불운을 겪었다. 고인은 누나인 고 김옥길 총장과 같이 평생 독신으로 지내셨다. 좀 특이한 분이라  더 매력이 있었다.
 


박사님은 재주가 많으신 분이었다. 말씀도 재미있게 하고 시도 곧잘 읊었다. 그리고 항상 정직을 강조했다. 인간이 제일 부끄러운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했다.
 
“너 자신부터 정직한 사람으로 만들어라. 그러면 틀림없이 이 세상에 악당 한 명은 줄어들 것이다”라는 영국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을 전하며 속임수처럼 무가치한 편법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거짓말로 일시 국민을 속일 수는 있지만 언제까지 속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인격의 바탕은 진실이다” 라고 역설했다.
 
내가 박사님과 직접 만난 것은 2017년 2월 어느 날이었다. 당시 나는 라구나우즈 한인회를 맡아 일할 때였다. 라구나우즈에서 박사님을 모셔다 시국강연회를 하게 되었다.  
 
‘조국의 미래를 듣는다’라는 주제였다. 박사님이 강의한다니 한인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당시 박사님은 “자기와 다르다 하여 편 가르는 것을 지양하고 정직한 민족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는 저력 있는 민족이기 때문에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여기서도 거짓말은 악이며 정직은 선이라 강조하셨다.
 
박사님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태평양 시대의 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길 당부하셨다. 우리가 태평양시대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박사님은 앞으로 그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사님은 사랑이 많은 분이다. 강연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간 박사님은 전화로 “서울에 오면 같이 냉면 먹자”고 했는데 아쉽게도 먹지를 못했다.
 
이제 당대의 논객은 하늘나라로 가셨다.  하늘나라에도 거짓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만일 거짓말이 있다면 박사님은 “거짓은 멸망이다. 정직해야 한다” 라고 훈계를 하리라 생각된다.
 
김동길 박사님, 편히 쉬십시오.  

김일홍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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