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중소기업도 ‘브랜드 파워’ 가능하다
브랜드는 제품과 고객을 연결
신뢰 심어주면 '충성 구매'로
홍보에 필요한 자금·인적 한계
감동과 공감으로도 극복 가능
앞의 세 가지 감정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갖고는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독립적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즉, 누구를 믿는다는 것이 반드시 그 사람을 사랑한다거나 존경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 누구를 사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 반드시 그 사람을 존경한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누구에게서 이 세 가지 감정을 함께 느낄 때, 즉 상대를 믿으며 사랑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존경할 때 그를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 감정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두 사람의 관계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신뢰는 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마치 사계절 가운데 여름이 없는 것과 같다. 그 관계는 미온적이며 지속성이 없을 것이다. 반면, 신뢰나 존경이 없는 사랑은 마치 엔진이 없는 자동차와 같다. 열심히 밀어도 멀리 못 가며 늘 불안한 관계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상대에 대해 마음속에 세 가지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때 그에게 강한 애착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고객과 브랜드와의 관계에 적용해 보자. 고객들은 특정 브랜드의 품질에 대해서는 믿음을 갖고 있다 (예: “나는 삼성 브랜드 제품의 품질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어”). 또한 특정 브랜드를 사랑할 수도 있다 (예: “나는 고다이바 초콜릿을 아주 사랑해”). 마지막으로 고객들은 특정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철학에 공감할 수도 있다 (예: “나는 파타고니아의 ‘자연보호’ 라는 가치관에 공감하며 그래서 그 브랜드를 높이 평가해”).
기업의 브랜드와 고객 간의 관계에서도 앞의 세 가지 감정이 공존할 경우 고객은 그 브랜드에 대해 두 가지 형태의 행동을 보이게 된다. ‘브랜드 충성 구매 행동’과 ‘브랜드 옹호 행동’이 그것이다. 즉,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신뢰, 사랑 그리고 존경심을 느낄 때 고객은 지속해서 그 브랜드를 구매하며 동시에 타인들에게도 그 브랜드를 추천하고 또 옹호한다. 따라서 이런 브랜드는 기업의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고객들이 자사 브랜드에 위의 세 가지 감정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기업은 브랜드의 우수성과 매력적인 디자인을 홍보하며 신뢰감을 심어주고, 정감 넘치는 광고를 통해 고객들이 사랑스러운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사 브랜드가 사회적 공감을 일으키는 이슈나 철학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인지시켜 존경의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작업에는 많은 인적 자원과 자금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자사 브랜드에 대해 고객이 세 가지 감정을 갖게 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예를 통해 이 문제를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필자가 1970년 중반 캔사스주 로런스 지역에서 집을 사기 위해 여러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았던 부동산 중개업자의 예다. 그는 매년 연말이면 본인 얼굴 사진과 이름이 있는 다음 해 달력을 제작해 고객들에게 일일이 배달했다. 물론 달력을 전달하며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고 가족 안부도 물었다. 이런 방식의 고객 서비스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육체적으로도 매우 힘든 것이다. 부동산업으로 성공해 많은 돈을 번 사람이 매년 추운 겨울날 저녁에 직접 달력을 들고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그의 철저한 직업정신에 감명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렇게 배달된 달력을 통해 고객들은 그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호의적인 감정을 유지하게 된다.
그의 이런 정성과 노력, 투철한 직업정신은 고객들에게 그에 대한 신뢰와 사랑, 존경심을 갖게 했다. 그 결과 이 중개업자의 고객 재구매비율은 60% 가까이나 됐다. (충성 구매 행동). 또한 필자처럼 주변에 좋은 부동산 중개업자의 소개를 부탁했을 때 여러 사람이 그를 추천하게 된다(브랜드 옹호 행동). 중소기업 소유주들은 이 부동산 중개업자의 예를 주목할만하다. 그는 고객을 위한 정성과 노력, 그리고 희생을 통해 자금력과 인적자원 부족이라는 문제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그가 달력을 편한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추운 날씨에도 불구 고객을 직접 방문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예는 지금은 거의 전설이 되어버린 톰스슈즈(Toms Shoes) 라는 브랜드다. 이 업체 창업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Blake Mycoskie)가 앞세운 ‘일대일 (One For One)’ 이라는 브랜드 가치관은 고객들에게 신뢰, 사랑 그리고 존경이라는 세 가지 감정을 동시에 심었다. 그는 2006년 아르헨티나 여행 중 많은 어린이가 신발도 없이 생활하는 것을 보고 이 방식을 생각했다고 한다.
‘일대일’은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회사에서도 한 켤레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톰스슈즈 브랜드는 다른 유명 브랜드 신발들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고 품질이나 스타일에서도 크게 뛰어나지 않았다. 극도로 경쟁이 심한 신발 시장에서 특별히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을 갖고도 이 전략을 통해 급성장한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한 고객들의 지속적인 재구매와 홍보가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 ‘일대일’ 이라는 감동적인 브랜드 가치관은 자생적인 소셜미디어의 막강한 힘을 업고 신뢰, 사랑 그리고 존경의 세 가지 감정을 고객의 마 음속에 심어줬다. 이로 인해 고객의 ‘브랜드 충성 행동’과 ‘브랜드 옹호 행동’을 끌어낸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두 번째 예에서 두 가지 사항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회적 정의를 실천에 옮기려는 감동적인 기업의 차별화된 가치관이요, 또 하나는 ‘일대일’이라는 기업의 가치관을 쉽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브랜드 슬로건(brand slogan)’의 사용이다. 막강한 자생적 소셜미디어의 힘으로 인적자원과 자금력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박충환 / 전 USC 석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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