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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적 정체성 탐구'라는 먼 길

전후석 감독 인터뷰

 
 
지난 9월30일 워싱턴 한인 커뮤니티 센터에서 상영한 전후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을 보고, 그의 첫번째 영화 〈헤로니모〉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영화를 보며 전율이 일었다. 전후석 감독과 인터뷰를 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4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가 이뤄졌다. 그 이듬해, 당시 변호사였던 전후석 감독은 쿠바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공항에서 우연히 탄 택시에서 만난 택시운전수 ‘페트리샤’가 자신의 아버지가 쿠바 혁명 당시 큰 역할을 한 ‘헤로니모(한국명 임은조) 선생’이었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줬다. 그리고 모든 것이 운명처럼 시작됐다. 페트리샤 가족과 그 친척집에 머물며 임은조 선생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히 전해들은 변호사 전후석은, 학부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영화학도'로서의 본능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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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디아스포라(Diaspora:흩어진 사람들. 특정 민족이 자의나 타의에 의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에 이동하여 사는 현상)’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페트리샤 가족을 만나면서 그 열정과 호기심이 증폭했다”고 전 감독은 말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한 제작비로 두번째 쿠바를 방문했을 때는 100여명이 넘는 쿠바 한인들을 만나 인터뷰 했고,그렇게 3년에 걸쳐 쿠바를 5번이나 방문하게 돼 완성한 결과물이 〈헤로니모〉였다”고 했다.  
“처음에는 20,30분짜리 유투브 영상으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일이 점점 커져 결국 코트라(Kotra)의 변호사직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들었다”는 전 감독은 “연변, 독일, 브라질, 중동, 남아공 등 다양한 나라에 머물 일이 있었는데, 항상 한인들과 인연이 됐고 그들의 이민사와 정체성 발달과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재일동포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그들이 정체성을 형성한 과정들이 내겐 흥미로운 주제였고 ‘디아스포라적 정체성’ ‘디아스포라적 사유’, 이런 주제로 꼭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현재 한반도 밖에 8백만 명의 디아스포라가 있다. 다수가 아닌 소수,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결국 이민자로 이중 정체성 또는 다중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데, 우리는 어떤 목적의식, 사명의식을 갖고 살아야 할까. 그게 늘 궁금했다”고 이야기 했했다.  
“쿠바 여행에서 만난 택시 기사 페트리샤는 100년 전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민오고 에네켄(사탕수수)농장에서 일하며 일제 시대 조국 독립을 지원한 임천택 선생님의 손녀딸이자 헤로니모(임은조) 선생님의 딸이었어요”라며 “쿠바 한인들이 갖는 상징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가장 오래된, 가장 익숙하지 않은 디아스포라의 챕터”여서 그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 영화 제작의 계기였다고 전 감독은 설명했다.  
전 감독은 “쿠바 디아스포라는 다른 나라에 정착한 한인들보다 고립되어 있었다. 그리고 혁명 등으로 현지화 속도가 빨라 6-7세대가 된 후손들은 100% 혼혈, 다문화인이 됐다. 더 이상 육안으로는 한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그들인데, ‘한인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존재론적인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결국 한반도를 떠난 모든 한인들이 이렇게 변해갈텐데, 앞으로 한인 정체성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과연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전 감독은 “내 영화를 통해 관람객들이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국 밖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복합성, 혼합성, 다양성, 이중다양성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고, 다른 민족, 가치관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웃을 환대하고 베풀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이런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이 녹아 있는 재미한인을 포함한 동포들을 보고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들이 배워야 하는 정신적 기제, 철학적 바탕이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김정원 기자 kimjungwon1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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