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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회상

굽은 등의 무게로 불편해진 발걸음
 
질긴 인연의 끈처럼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살아온 날의 그림자 새겨두듯
 
이른 아침 분주한 사람들의 불안한 틈새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강아지도 노인을 닮아 엉성하게 빠진 털들
 
의지해온 오랜 세월 쌓인 지층의 흔적으로 남아
 
한 발 한 발 내일을 보는 생각에 잠겨
 
둘은 말이 없었다
 
 
 
걷다 힘이 부치면 잠시 멈추어 서서
 
채워주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듯  
 
마주 보는 시선 속에 연민의 정이 짖게 묻어 있었다
 
 
 
한철이 지난 뒤 다시 볼 수 없게 된 그들의 모습
 
인내의 삶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오래도록 가슴으로 남은 아련함이었다
 
 
 
스치며 지나갔던 날들 돌아오지 않아
 
그들이 남긴 잔영을
 
이젠 내가 저물어가는 빈 그림자의 세월로  
 
되짚어 본다

양기석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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