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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도마뱀 이야기

엊그제 거라지 청소를 하는데 구석 모퉁이에서 보자기가 꿈틀거린다. 속에 뭐가 들어있나 하고 보자기를 들춰보니 새끼 다림쥐가 꼬무작 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거라지에 들어왔는지 놀랐다. 다람쥐는 민첩한 동물이다.  
 
긴 꼬리를 세우고 나무를 오르내리는 행동을 보면 가관이다. 그런데 이놈은 별로 움직임이 없다. 어미가 데려다 놓았는지? 굶었는지 다람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왜 이 다람쥐는 혼자일까, 어미도 없고 친구도 없는가. 가족이 있는 숲속에 넣어 줄까 생각하다 먹이를 주고 기운을 차리게 해서 방생하기로 했다. 상자에 넣어 방으로 들이고 바나나, 사과, 고구마, 우유를 상자 안에 넣어 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상자를 들여다보니 바나나와 사과를 먹었다. 그래도 기운이 없어 움직임이 둔했다. 내가 할 일은 먹을 것을 주는 것밖에 없다. 또 하루가 지나고 아침에 상자를 들여다보니 다람쥐는 사체로 변해 있었다. 죽었다. 죽음은 슬픈 것이다. 인간이나 미물인 다람쥐도 죽음의 슬픔은 같은 맥락 이리라.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다. 도마뱀으로 일본 열도가 들썩이던 일이 있었다. 1964년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이 된 건물을 헐게 되었다.  
 


지붕을 벗기던 인부들이 묘한 광경을 보았다. 뒷다리에 못이 박한 채 벽에서 꼼작 못하고 있는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집주인이 인부들에게 도마뱀의 뒷다리에 언제 못이 박혔는지 물었다. 인부들은 집을 짓던 3년 전에 박힌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 도마뱀은 3년 동안 못에 박힌 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것인가? 주위의 사람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모두 혀를 내둘렀다. 이 신기한 일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해 공사를 중단하고 도마뱀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건은 곧 회자되어 일본 NHK 방송국에 알려져 도마뱀의 3년간 살아온 과정을 촬영하기로 했다.
 
불을 환히 밝히고 사람들은 멀리했다. 도마뱀을 관찰하기 위해 카메라만 설치하고 기다렸다. 얼마 후 도마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나타났다. 입에 물고 온 곤충을 대못에 박힌 도마뱀 입에 넣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이 광경을 보는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얼마 후 또 한 마리의 도마뱀이 나왔다. 입에 물을 물고 와 대못에 박힌 친구에게 물을 먹이는 장면이 아닌가! 생명수를 입에 넣어 주는 것이다. 눈물겨운 장면이다. 얼마 후 더 감격스러운 장면이 나타났다.  
 
도마뱀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대 못에 박힌 도마뱀 등에 올라타 대못에 입은 상처 자리에 침을 바르고 있었다. 썩어들어 가는 대못 자리에 침을 약으로 바르는 것이다. 얼마나 현명한 도마뱀인가. 나눔은 행복의 시작이다. 여섯 마리의 도마뱀이 번갈아 가며 먹이와 물을 공급하는데 이들은 누구일까? 엄마일까. 형제일까. 친구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비록 도마뱀이지만 사랑과 믿음, 봉사로 3년간 꾸준히 자식, 형제, 친구를 위해 봉사를 해 왔다. 이들의 힘으론 도저히 대못을 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반복의 작업을 해 왔다. 결국 대못이 박힌 도마뱀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인간이 대못을 뽑았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자신들의 신이 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었으리라.
 
3년 만에 도마뱀은 대못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벗었다. 그리고 대못의 주인공과 동료 도마뱀 여섯 마리는 빠른 걸음으로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도마뱀은 이들이 해온 사랑과 믿음. 봉사로 행복한 새로운 삶을 살았으리라.
 
‘온 세상이 나를 등지고 떠날 때 나를 찾아줄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는가. 한 사람이라도 그런 진정한 친구가 있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나는 생각해 본다. 

김일홍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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