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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영우의 ‘고래 이야기’

최근 인상 깊게 본 한국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주인공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극복하고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인간승리 드라마이자 사회적 약자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는 내용이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 흰고래 (beluga) 무리 사이에 외뿔고래 (narwhal)가 함께 유영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외뿔고래가 차별받지 않고 흰고래 무리 속에서 당당히 살아가고 있음을 넌지시 대변하고 있다.  필자는 잡종 (hybrid)에 대한 내용을 이전에 쓴 적이 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싶어서 이 칼럼을 쓰게 되었다.  
 
원래 흰고래가 외뿔고래와 함께 유영하는 모습은 자연계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공위성 영상을 통해 두 종류의 고래가 해양에서 함께 유영하는 모습이 가끔 발견됐다. ‘태생학적으로 볼 때, 고래는 포유류로 흰고래와 외뿔고래는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둘의 만남은 영 어색하다. 마치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유럽인과 원주민인 인디언의 첫 조우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 천연기념물을 보듯 신기함도 있었을 것이다.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그다지 발달되어 있지 않았다. 육상에는 기차와 차, 해상에는 선박이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과 함께 교통수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하게 되었다. ‘제3의 물결’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정보혁명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활동 반경도 그만큼 넓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제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세계는 일일생활권이 되어가다시피 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활동 반경의 확대는 세계인들이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가족을 이루는 범주도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알래스카만 하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원주민의 피가 몇 대까지 내려가더라도 원주민으로 대접받고, 알래스카 원주민으로서의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시간과 달리, 자연계에서는 인간의 시간보다 느리게 그 변화가 찾아온 것 같다. 이 변화에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단서가 내포되어 있다.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동물들의 활동 범위는 넓어지고 활동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으로 인해 다른 종과의 접촉 및 교류 기회도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들어, 육지에서는 북극곰과 그리즐리 (갈색곰)의 잡종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해양에서는 흰고래와 외뿔고래의 혼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과거 자연계에서는 이러한 잡종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었다.  
 
유전학적 측면에서 열성인 잡종이 우성인 동종에 비해 환경 적응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열성은 점차 도태되어 간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성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뛰어난 혼종 몇몇이 살아남아, 그 종이 생존 능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비유하면 오히려 이해가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0년 후에는 순수 혈통을 찾기가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게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자연은 변화에 적응하는 잡종이라는 새로운 종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약자인 외뿔고래도 당당히 흰고래 무리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그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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