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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

옛날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의 오지마을로 안토니오를 찾아 나섰다.  그는 25년 전부터 시작된 우리 의료봉사에 10여년 간 동역자로 충실히 동참했었다.  그 당시 그곳의 유일한 소식 전달 매체였던 AM라디오 방송을 통해 우리의 일정이 소개되면 100km 떨어진 먼 거리를 달려와 열정적으로 현지 전도사의 역활을 했던 동역자였다.  
 
전도사 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그의 돈독한 신앙심과 열정을 보고 전도사 역할을 맡겼다.  
 
사진으로 그의 얼굴을 본 마을 사람들의 안내로 그의 집을 찾았다. 그는 집 황토 마당 한구석에 판자로 벽을 만들고 천막으로 지붕을 한 열악한 교회 건물에서 예배를 보고 있었다. 그동안의 세월 속에 장년으로 성장한 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옛날 12세의 어린 나이에 골수암으로 죽어 가던 그들의 언니를 정성껏 보살펴줬던 우리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환대의 표정이 역력했다. 함께 예배를 보자고 우리를 교회 안으로 인도했다.  
 
한여름이지만 통풍도 되지 않는 열악함에도 마을 교인들이 경건하게 성경 구절을 읽으며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강단 앞에는 울며 엎드려 통성기도를 드리는 한 중년여성과  2명의 소년이 있었다. 일행 중 한 부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부인의 눈물이 더 많았다. 뒷좌석에  있던 소년이 말없이 눈물을 닦으라며 계속 휴지를 갖다 주고 있었다.  
 


그들의 눈물 속에는 많은 의미와 느낌이 교차했을 것이다. 무더운 날씨에 통풍도 안 되는 곳에서 찬양하며 성경을 읽으며 차분하고 경건하게 진행되는 예배에, 우리의 마음도 숙연해지고  경건해졌다. 이들의 눈물을 보면서 괴테의 파우스트에 있는 마지막 구절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이는 신의 사랑을 구현하고 모든 저속한 욕망에서 정화된 사랑, 모든 것을 감싸는 자애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들 여성 세 명의 눈물은 순수한 사랑으로 잉태된 감정의 소산이었을 것이다.  25년 전 의료봉사 초창기 봉사단원의 가족과 같이 농장 농부들의 생활 속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던 소아과 의사 부인,회계사 부인이 그들의 처참한 생활상을 보고는 울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인간을 이렇게 대우할 수 있나요?” 그 당시 누가 더 많이 울었는지, 누구의 손수건이 더 젖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아름다운 눈물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한다는 사실이 그간의 힘든 봉사를 끌고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은퇴 후에 생활할  바닷가  휴식 공간을 찾아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이들의 눈물을, 또 원주민들의 경건함을 보면서 어려움 없이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들과  같이 생활 속에서  같이 어울리며 휴식을 가져야겠다고. 열악한 현지 내과의사에게 필요한 외래진료소와 내가 사용할 침실 건축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눈물을 가진 사람들과 다시 어울릴 수 있다는 기대에 삽질에 힘이 실린다.

최청원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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