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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문화권력, 자본과 예술

돈의 힘은 막강하다. 세상을 쥐락펴락하며 마구 변형시킨다. 필요하다면 예사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망가트리고, 세계 평화와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오늘날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갈등과 분쟁은 거의가 돈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진리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독한 바이러스는 돈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바이러스에는 마스크도 별 효과가 없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데 예술이라고 독야청청할 수는 없다. 섬세하고 나약한 예술이 그처럼 거친 풍파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그 결과, 돈을 무기로 하는 문화권력이 주도하는 문화산업, 아트비즈니스라는 흐름이 주류로 자리 잡았고, 승자독식의 쏠림현상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이 비즈니스가 된다? 작품과 제품과 상품 사이의 구분이 없어지면 자연히 쏠림현상이 생긴다. 쏠림현상은 예술의 생명이랄 수 있는 다양성도 싹 쓸어버린다. 돈이 개입해서 창작자나 감상자 모두의 예술적 자유와 개성을 빼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애당초 자본이 예술과 기술을 동원하여 탄생시킨 영화나 텔레비전 등의 대중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날엔 거의 모든 분야의 예술이 돈에 오염되어 있다. 오염 정도를 지나 종속되어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문학, 음악, 미술 등 모든 분야에서 예술가와 감상자를 이어주는 길목에 자본과 문화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출판사, 음반제작사, 공연기획자, 화랑, 수집가, 미술관, 경매 등이 버티고 서서, 마치 통행료(?)를 뜯는 것처럼 위세 등등 ‘갑질’이 대단하다. 통행료를 내야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유통구조와 예술가는 사이좋은 공생관계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돈의 힘이 커지면서 균형이 깨졌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는 욕심이 커지면서 이런저런 묘수를 부리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예술가를 조종하기에 이른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러이러한 작품을 그려야 잘 팔린다고 은근한 목소리로 조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입맛에 맞는 새싹을 골라서 기르는 식이다. 그래서, 미술대학이나 대학원 학생 전시회에 화랑 관계자나 컬렉터들이 사냥꾼의 눈길로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연예인 기르는 기획사나 스포츠계의 스카우터와 별로 다르지 않은 구조다. 사치나 가고시안 같은 막강한 갤러리의 간택(?)을 받으면 일단 출세가 보장된다. (출세와 함께 자유도 보장되는지는 의심스럽지만…)  
 
이런 식으로, 자본에 의해 예술의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곤 한다. 영화의 경우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상업영화의 흥행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 결과 사회성 있는 작품이나 작가주의 예술영화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관객들이 골라서 볼 선택권도 박탈당한다.  
 
문학과 출판 쪽에서는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사재기를 하는 악습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텔레비전 오락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팔면 책도 잘 팔리고, 인기 드라마에 등장한 책은 곧장 베스트셀러가 된다. 거칠게 말하면, 모든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돈벌이가 될 것인가에 달렸다.
 
이런 일들이 거듭되면서 예술계 전반에 독점과 쏠림현상이 생겨난다. 모든 것이 돈으로 수치화되면서 예술가들의 자유도 없어지고 설 자리도 점점 좁아져서, 날이 갈수록 힘들고 외로워진다.  
 
하지만, 비싼 그림이 꼭 좋은 그림이 아니고,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작품도 아니고, 천만 관객이 들어야만 좋은 영화인 건 아니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장소현 / 시인·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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