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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헌법 개정 주민투표

박춘호

박춘호

11월 8일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서 일리노이 주 유권자들은 각 지역구를 대표하는 연방 의원과 주지사를 선출한다. 4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는 아니지만 연방 의회에서 각종 법안을 처리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연방 의원을 뽑을 뿐만 아니라 주의 행정을 책임지는 주지사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달 선거에서는 주민투표도 실시된다. 일리노이 주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 주민들의 찬반의사를 묻는 절차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노조와 관련된 사항이다. 노조의 조직과 단체 교섭권, 그 중에서도 경제적 복지와 일터내 안전도 단체 교섭권에 포함시키는지 여부를 묻고 있다. 기존까지는 단체교섭권의 경우 임금과 노동 시간 등에 대해서는 인정됐지만 복지와 안전 등에 대해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이 내용까지 주헌법 개정안에 포함된다면 이는 곧 다른 주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 미국의 노동 운동사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게 지지 그룹의 입장이다.  
 
반면 이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그룹에서는 만약 단체 교섭권이 확장된다면 일리노이에서 기업을 하거나 직원을 채용하는데 장애물로 작동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노조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들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낸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인정하는 사항은 이번 헌법 개정안이 노동 운동과 노조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브루스 라우너 전 주지사 시절에도 노동법 관련한 움직임이 있었다. 비록 주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노조비 납부를 제한하면서 노조의 활동폭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결국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라우너 주지사와 민주당 주도의 주의회가 2년간 대립했고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최악의 갈등 상황이 발생했었던 것이다.  
 
민주당의 JB 프리츠커 주지사가 당선되고 재선에 도전하면서 이제는 반대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노조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헌법이 개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노조에 대한 주민들의 입장 변화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노동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된 것도 있지만 최근 몇년 사이 노조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됐다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다. 노조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가졌다고 밝힌 주민이 전체의 70%를 넘겼는데 이는 1960년대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일리노이의 경우도 노조에 가입된 주민들의 숫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스타벅스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에서 시작된 노조 설립 움직임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기업 활동을 하는데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효과적인 노동을 위해서는 필수 요소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투표자의 60% 이상이 찬성을 해야 통과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위한 유권자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으로 느껴진다. 거액의 선거자금을 쏟아부은 TV 광고와 온라인 선전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실제 주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 헌법 개정에는 큰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아울러 최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뿌려진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초 시행 예정인 개정된 형법을 두고 마치 뉴스인 것처럼 가장한 선전물이 대상이 됐다. 그리고 그 선전물은 팩트 체크가 아니라 한쪽의 입장이 과장되고 부풀린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개정된 형법은 현금 보석금 제도의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보석금의 경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피의자의 재정 상황에 따라 구속과 불구속 상태가 결정되고 이는 곧 저소득층과 소수계에 대한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보석금 제도가 없어지고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공공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이 되면 범죄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처럼 묘사한 것은 지나친 면이 분명히 있다. 주지사와 주검찰총장,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한결같이 개정법을 현실에서 적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점들을 대비해 법을 다듬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은 난감하다. 어느 후보가 내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지, 누가 더 나은 후보인지를 비교해서 골라야 하는 투표 용지상의 후보들이 너무 많은 것이 제일 먼저다. 이번 선거만 하더라도 주지사와 연방 상하원, 주상하원, 주 전역 선출직 등을 뽑아야 하는데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후보들이 대부분이다. 유권자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뉴스를 통해 후보자들에 대한 전력과 공약, 비전 등을 확인하지만 그 많은 후보들을 유권자의 가치에 의거해 나름대로 검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팩트를 흔드는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흑색선전이 판치면서 유권자들을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떤 뉴스를 골라 보고 듣고 봐야 하는지도 그만큼 중요한 시기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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