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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눈물의 효능

(…)“인간의 얼굴은 감정의 괄약근이다. 그것은 시도 때도 없이 자주 풀려서 문제”라며 나는 양파를 썰면서, 네가 불편해할까 봐 너스레를 떤다.// (…)정확히 몸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눈물’을 담는 그릇이다.// 세월 따라 주름이 많이 간 그릇이 깨지기 전에 ‘눈물’이 다른 그릇으로 매일 조금씩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잘 옮겨지면 된다./ 휴일 늦은 저녁, 눈물이 듬뿍 들어간 나의 맛없는 요리를 맛있게 떠먹으려 너는 한참 전부터 커다란 숟가락을 들고 오직 사랑의 힘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김중일 시인의 ‘좋은 날을 훔치다-시라는 식당-’ 부분
 
 
 
눈물은 감정의 바로미터다. 눈물은 대체로 슬플 때 많이 나지만 기쁨이나 감동이 지나간 자리에도 눈물이 있다. 눈물이 난다는 건 오감이 자극되어 감정의 파도가 일기 때문일 터이다. 눈물에도 맛이나 밀도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슬플 때 흐르는 눈물과 기쁠 때 흐르는 눈물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눈물의 진정성은 믿을만하다. 눈물의 빵, 눈물의 사죄 등등은 꽤 호소력이 있다. 그래서 읍소는 과오를 용서받을 수 있는 최선책이 되기도 한다. 이별과 눈물은 떼놓을 수 없다. 이별은 눈물을 거느린다. 부모를 떠나보내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슬픔의 극한에 다다르는 눈물이 있다.  
 
눈물의 이야기가 있는 삶은 한 사람의 인생을 구축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 뒤에 눈물의 빵이 있는 것은 소설구성의 3요소 중 ‘배경’처럼 효과적인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즈음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가수 임영웅의 눈물로 견뎌내던 시절의 이야기는 그의 재능까지 더 돋보이게 한다.
 
눈물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어떤 외부자극에 의한 최루성으로 흐르지만 신체적 기능이전에 희로애락을 받아내는 감정의 그릇이다. 슬픔이 흘리는 눈물보다 환희가 주는 눈물이 더 뜨거울 때가 있다. 그래서 눈물의 양면성은 어떤 삶도 구차하지만은 않게 해주고 감정을 얽힘을 풀어주는 청량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눈물은 소통을 위한 또 다른 언어다. 아기들은 눈물로 말을 한다. 여자의 눈물은 설득력이 있고 호신술이 되기도 한다. 이스라엘 한 연구팀에서 연구했다. 20대 남성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여자들이 슬퍼서 흘린 눈물을, 다른 한쪽은 일반 식염수를 냄새 맡게 했다. 여자들이 슬퍼서 흘린 눈물을 냄새 맡은 그룹 남자들은 심장박동과 호흡이 안정적이 되고 남성호르몬도 줄어들어 공격성도 낮더라고 한다.  
 
눈물로 지은, 그러나 맛은 없는 밥을 먹겠다고 커다란 숟가락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사랑의 힘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는 시인의 말은 사랑의 근간은 눈물 아니냐는, 눈물 없이 사랑은 꽃피우지 못한다는 의미 리라.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진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며 우는 초로의 남자들이 있다. 세상 사람이 다 불쌍하다며 슬퍼하는 여자도 있다. 울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은 마음의 굳은살이 점점 물러지고 몸이 울음의 효능을 알게 된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살아온 궤적이 신산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눈물은 슬픔을 풀어주는데 으뜸이다. 마음을 정화하는 치유능력을 지닌 매혹적인 심리 기제이기도 하다. 웃음 못지않게 울음도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약이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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