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벼르는 보수 기독교계 "밀리면 안돼"
보수 기독교계가 오는 11월 열리는 중간선거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표심 결집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단순히 종교심만을 이용한 표심 자극이 아니다. 거액의 자금을 동원해 기독교인들의 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겠다는 심산이다.그동안 보수 기독교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으로 치우친 의회를 내심 불편해했다. 급기야 낙태 문제 범죄자 처벌 완화 비판적 인종 이론(CRT) 확산 등 미국의 급진적인 좌 편향적 행보 등을 우려하면서 위기의식까지 팽배한 상황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보수 복음 주의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반대 진영에 절대로 밀리면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지금 보수 기독교계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수천만 달러 투입해 투표 독려
낙태 CRT, 성교육 문제 우려
"투표 통해 기독교 가치 보여야"
미국의 좌편향 위기의식 팽배
한인 교계도 다민족 기도회 개최
"차세대 무신론 교육에 무방비"
보수 복음주의권의 대표적 풀뿌리 단체인 '페이스&프리덤 연합(대표 랄프 리드ㆍ이하 FFC)'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막대한 자금을 풀기로 했다.
전국의 풀뿌리 조직을 동원해 기독교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FFC 티모시 헤드 이사는 지난 19일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에 4200만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FFC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24개 주에 지부를 두고 있다. 2000년 2004년 부시 캠프에서 선거 전략 수석 고문을 맡았던 랄프 리드가 이끄는 전국 최대의 기독교 관련 비영리 단체다.
이면을 보면 단순한 투표 독려가 아니다. 보수의 승리를 위한 절실함이 묻어난다.
헤드 이사는 "11월 선거 때까지 820만 명의 유권자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이번 중간선거의 중요성을 직접 알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미 FFC는 '2022 프로젝트'라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웹사이트(www.ffcoalition.com/the-2022-project)에는 이번 중간선거에 대한 청사진과 기독교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FFC에 따르면 9월 현재 ▶520만 명의 유권자 집을 직접 방문 ▶기독교 유권자들을 위해 3400만 개의 선거 책자 발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700만 회 이상의 선거 관련 광고 노출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가 이번 선거에 임하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FFC는 특히 이번 선거에서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위스콘신 아이오와 텍사스 콜로라도 애리조나 네바다 콜로라도 등을 주요 경합 지역으로 보고 있다.
FFC측은 "대부분의 주에서 주지사 및 상원 선거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의회를 장악할 정당이 결정되는 선거"라며 "만약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다면 남은 시간 동안 그들이 원하는 의제를 모두 법제화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독교 정치 관련 비영리단체인 '마이 페이스 보트(My Faith Votes)' 역시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35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기독교인들의 유권자 등록을 돕고 있다.
이 단체의 제이슨 예이츠 대표는 "현재 미국에는 유권자 등록을 안 한 기독교인이 1500만 명 정도 있다"며 "만약 기독교인들이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는다면 낙태 및 이혼 등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자신의 성경적 가치가 반영되도록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기독교계의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지난 6월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주 정부의 결정 사항으로 돌리는 판결을 내린 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낙태권 판결 이후 이에 반발하는 민주당 중심의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자 보수 위기감을 느낀 기독교계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기독교 보수층은 급진적인 민주당의 정책에 위기의식을 느껴왔기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를 더욱 절실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샬럿에서는 보수 기독교 비영리 단체들이 주최한 '솔트 앤드 라이트 콘퍼런스(Salt & Light Conference)'가 진행됐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솔트앤드라이트컨퍼런스의 짐 퀵 이사는 "콘퍼런스의 티켓이 모두 팔릴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며 "특히 현재 공립학교에서 확산하고 있는 적나라한 성교육 비판적 인종 이론 낙태 등에 대해 이를 성토하는 기독교계 유권자들의 우려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한인 교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0월 2일 풀러턴 지역 은혜 한인교회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인 교계를 중심으로 한 다민족 연합기도회가 개최된다.
다민족 연합기도회 준비위원장인 강순영 목사는 "다음 세대가 지금 공립학교의 잘못된 성교육 사회주의 및 무신론적 사상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라며 "특히 가주에서는 낙태 독려 마리화나 판매 합법화는 물론이고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까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기독교인들이 가슴을 찢고 크게 뉘우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계의 표심은 무섭다. 정치적 이념에 따른 투쟁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눈 밖에 나면 같은 진영이라도 가차 없는 게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이다.
일례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서 보수 교계의 탄탄한 지지를 받았던 마이크 펜스가 그렇다. 그동안 마이크 펜스는 보수 기독교계가 주최하는 행사에 매번 빠짐없이 초대받는 인물이었다. 그러한 펜스는 올해 들어 FFC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 및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불참이지만 사실상 보수 기독교계의 따가운 눈총이 원인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와 대립하며 보수 기독교계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FFC 행사에 불참하는 마이크 펜스'라는 기사에서 "한때 펜스에게 FFC는 고향과 같은 곳이었지만 지금 그는 버림받은 인물이 됐다"며 "펜스가 그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는 상황에서 앞으로 그가 어떻게 인지도를 높일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펜스는 지난 3월 극동방송(이사장 김장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에서 간증까지 하는 등 한국 보수 교계에 자신의 신앙적 색채와 정치적 이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반면 그는 정작 미국에서는 '배신자(traitor)'로 불리는 상황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샌디 맥과이어 목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펜스가 지난해 이곳에 왔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며 "나는 그가 잘 되길 바라지만 지금 그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 기독교계는 지금 여러모로 이번 중간선거를 벼르고 있다. 그들이 표심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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