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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잡초 예찬

고생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들은 흔히들 자신은 “잡초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잡초가 얼마나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잡초는 인간이 재배하지도 않고 저절로 자라나는 잡다한 풀로 때와 장소에 적합하지 않은 식물로 취급되어 왔다.  
 
한적한 시골 논밭을 걸어가노라면 초록 색으로  뒤덮인 풀 중에 잡초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지도 못하고 생활에 유용하지도 않은 풀로 천대를 받고 살아가고 있으니 잡초가 인간이라면  셋방살이의 서러움을  면치 못하며 살아가는 신세일 것 같다.  
 
“건강은 제일의 재산이다”라고 말한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은 잡초는 그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이라고 말하였다
 
일주일 동안 무덥던 더위가 가셨는지 제법 초가을 기분이 든다. 하늘을 쳐다보니 우중충하고 한판 비가 쏟아질 것만 같다. 이곳 라스베이거스는 너무 가뭄이 심하다 보니 질서 정연하게 우뚝우뚝 서 있는 가로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비가 오기만을 고대하며 기도하는 모습들이다.  
 


한국에서는 엄청난 비가 내려 야단법석이고, 히남도 태풍까지 휩쓸고 지나가 남해 일대는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곳은 빗방울이 떨어지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참으로 세상은 공평하지도 못하다. 수십년간 콘도에서 살다 보니 빗자루로 마당을 쓸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오늘은 모처럼 딸네 집을 방문해 뒷마당을 깨끗이 쓸었다. 내가 사는 콘도는 아침마다 청소 담당자는 공기 청소기로  먼지를 날려 보낸다. 빗자루는 쓰레기를 쓸어모아 버리니 참으로 겸손한 존재이다.
 
그 겸손한 빗자루로 싹싹 쓸어도 악착같이 붙어 있는 녀석이 있다. 바로 잡초다. 콘크리트 사이에서 안간힘을 쓰고 솟아난 잡초다. 잡초란 녀석은 쓸고 쓸어도 쓸리지 않고 넘어졌다 고개를 들고, 숙였다가 솟아나고 도저히 빗자루 가지고는 속수무책이다. 잡초의 정신은 칠전팔기의 끈질긴 속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인 것 같다. 잡초의 끈기와 인내만큼은 대단하다.  
 
아쉽게도 내가 건강하던 젊은 시절에는 잡초의 속성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를 누가 바라보겠는가,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 저것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잡초’를 누가  바라 보겠는가. 가수 나훈아는 잡초의 속성을 일찍이 깨달은 것 같다.  
 
세월이 흘러흘러  내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할 만큼 살다 보니 잡초의 속성이 보이는 것 같다. 인간이란 노년이 되면 온몸의 기관이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모든 것이 필요 없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건강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고 호소할 때 잡초의 특성인 강인한 생명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의 끈질긴 위력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게 마련이다. 그때서야 잡초 같은 건강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참으로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다. 몸이 건강할 때 몸을 낮추고 잡초의 특성을 발견 못 한 아쉬움이 나를 에워싸고 괴롭히고 있다. 천한 것을 귀하게도 볼 줄 아는 아쉬움도 나를 깨워준다. 산과 들에 번식하는 쓸모없는 풀이  큰 교훈을 주고 있다.
 
틀림없이 잡초는 창조주로  하여금 특별한 역할을 하도록 창조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소·염소·산양 같은 동물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이나, 그들의 배설물로 우리가 사는 토양이 더 기름진 땅으로 만들게 한다든가, 약재와 식용으로  사용되어 우리의 건강을 지켜 주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수치스럽다고 여겨지는 그 약점이 때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잡초, 너는 알고 있는가. 너의 약점이 기회가 되어 흔한 것이 귀하게 여겨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잡초 같은 인생이란 말이 사라질 것이다. 약점을 활용하면 성공의 촉매제가 된다는 것. 잡초 너도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다.  

백인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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