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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 무스가 죽은 이유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의 북쪽에는 미국 공병대에서 관리하는 동토 터널이 있다. 이 터널은 1970년대 동서냉전시대에 소련의 방공망을 추적하기 위해 뚫었다고 한다. 지금은 군사시설 대신 연구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육군 공병대 소속인 한랭지 연구 및 공학연구소 (U.S. Army Cold Regions Research and Engineering Laboratory·CRREL)가 관리하고 있다. 이 동토 터널은 세계적인 동토 연구 장소로 유명하다.  많은 연구자가 동토 속을 볼 수 있다는 장점과 바로 시료를 채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동토는 북반구의 1/4을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연구소의 한 동토 전문가가 터널 바깥에서 무스 (moose)의 사체를 발견했다. 터널의 지상부 층에는 전형적인 한대 산림인 흑가문비나무가 우점종을 이루고, 지표면에는 물이끼가 분포하고 있다. 이 물이끼는 지하부의 수분 증발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왜 무스는 터널 상부에서 죽었을까?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곰이나 늑대 같은 맹수의 공격으로 의한 것이다. 겨울이 끝나는 시기에 월동에서 깨어나 먹이가 갈급한 곰이나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는 늑대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스 사체를 꼼꼼히 살펴보니, 갈비에 근육이 그대로 붙어 있었고, 내장도 부패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는 사인이 외부의 영향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맹수는 사냥한 무스의 내장을 먼저 섭취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맹수의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무스 사체 주변에 이들 맹수의 발자국 흔적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 알래스카의 한대 산림에서 흑가문비나무산림 지하부에 동토가 존재한다. 최근 들어, 북극 기온의 상승과 더불어 이 동토 터널의 지상부에 동토의 융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사진으로 본 사실로는 무스 사체 부근에 많은 흑가문비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이는 동토의 융해에 의한 서모카르스트(thermokarst)가 존재한다. 이는 동토 융해로 물웅덩이나 호수가 생성된 것을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서모카르스트를 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 적당한 용어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말로는 알라스 (alas)라고도 한다.  
 
두 번째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동토 융해에 의한 것이다. 즉, 동토 융해로 지면은 물웅덩이로 함몰되어 있었다. 특히, 이 물웅덩이 밑은 ‘푼지죽창(punji stick: 밀림 속에 부설하여 적병의 발을 꿰뚫게 만든 무기)’처럼 뾰족하고 부러진 나무들로 즐비했다. 일종의 은폐 폭탄 (booby trap)인 셈이다.  
 
겨울철 눈이 깊은 이곳을 무스가 먹이를 찾으러 지나가다 이 웅덩이에 빠져 다리뼈가 골절된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사실 무스는 눈 속을 질주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젊은 무스가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동토의 융해가 주는 영향은 지표면의 함몰로 물웅덩이(thermokarst)를 만들면, 곧게 자리지 못하는 흑가문비 나무들이 생기게 되어 육상생태계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동토 융해로 사회 기반 시설과 도로가 기울거나 울퉁불퉁해져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다음으로 한대 산림의 지하부 1 이상에 존재하는 동토가 융해되어 동토에 포함한 고농도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후의 온난화를 가속하는 역할을 한다.  
 
물웅덩이의 바닥에서 동토의 융해로 거품이 수면으로 보글보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메탄이 대기로 바로 방출하는 과정이다. 인위적인 메탄 발생원 중 가장 큰 요인인 논은 뿌리 부분에 혐기성 환경으로 생성된 메탄이 통기성인 벼 줄기를 타고 대기로 방출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논에서의 메탄 방출 과정은 벼 줄기를 통한 과정이 80%이고, 분자확산이나 거품으로 방출되는 것이 각각 10%이다.  
 
그렇지만, 서모카르스트 웅덩이에서는 거품이 80%이고, 식생 줄기와 분자확산을 통해서 각각 10%씩 대기로 방출한다. 그러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서모카르스트 호수 표면에 구멍이 나 있어 메탄가스가 대기로 방출되며, 불이 붙을 정도로 고농도 메탄이 방출되고 있다.  
 
즉, 인위적인 메탄 발생원은 충분히 찾을 수 있지만, 자연적인 발생원은 아직도 미지의 세계라고 언급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북극이 주목받는 이유가 동토라는 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극은 지구 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전쟁터라고 말 수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그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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