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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내 인생의 순위

이기희

이기희

나이 들면 좋은 것도 있다. 지루한 설명과 수식어가 필요 없다. 있는 그대로 보이면 된다. 보여주기 식으로 살면 피곤해진다. 있는 그대로 살면 편하다. 타인의 방에 기웃거릴 일도 없고 남의 눈과 이목을 무시해도 된다.
 
인생의 높낮이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보는 나의 눈높이가 내 인생의 지표다. 올려다 볼 곳도 없고 내려다 볼 일도 없어진다. 눈치 보며 주눅들어 살 일 없고 잘난 체 떠들어도 박수 쳐줄 아군도 필요 없다.
 
단순하고 명백하게 살기로 한다. 페이지 수가 넘치는 책들처럼 중복된 사설 접고 소중한 것만 챙기기로 한다. 하릴없이 쓸데없는 일에 휘둘리지 말고 우왕좌왕 하지 않고 정신줄 꼭 잡고 가슴이 뒤척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 다짐을 한다.
 
아래로 내려다보며 높은 곳에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착각했다. 많은 것들로 돌무덤 쌓고 보물이라 부둥켜안고 살았다. 가을이 오면 추수할 일만 남았다. 타작마당에서 건실한 씨앗만 건지면 된다.
 


모두를 사랑하면 한 사람에게 순정을 바칠 수 없다. 남은 시간 서로 동반자로 등불을 밝혀줄 정예 인원만 필요하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던 수 많는 인연들과 작별하면 된다. 이승에서 치를 마지막 전쟁도 아닌데 대군을 이끌고 설치면 구차스럽고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적당한 때라 생각하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생존의 혜택을 받는다.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굴개굴 개구리 목청도 좋다- ‘개구리’ 이동찬 작사, 홍난파 작곡
 
아무도 듣지 않아도 개구리는 목청 높여 노래를 한다. 자식들이 내가 쓴 컬럼 읽지 못해도 개굴개굴 글쓰기를 계속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픈 흔적을 지우는 일이다. 헝클어진 생각을 바로 잡아주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남편도 자식도 형제도 친구도 모두 남이다. 믿을 것은 ‘나’ 뿐이다. 실은 나 자신도 온전히 믿을 것은 못되지만. 애인은 더 더욱 믿을 게 못 된다. 알사탕처럼 입안에서 달콤해도 풍선껌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너무 세게 불면 허무하게 터진다. 애인은 못 믿어도 사랑은 온몸으로 하자. 사랑의 말들이 허깨비 장난에 불과해도 사랑마저 떠나 간 강변의 나무들은 너무 외롭다. 사랑의 말들이 동그라미로 맴도는 바람의 언덕에서 휘날렸지만 사랑이 있었기에 꺾여지지 않았다.
 
코넬대 칼 팔레머 교수는 65세 이상 미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나이 들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걱정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매일 걱정보따리 껴안고 살지 않기로 한다. 나이는 괜히 먹는 게 아니다. 죽게 되면 죽으면 된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내가 없으면 광활한 우주도 빛을 잃고 캄캄해진다. 별똥별은 우주에서 떠돌던 먼지나 암석이다. 공전 속도의 영향으로 지구로 끌려 들어와 대기권에서 마찰을 일으키며 불타며 밤하늘에서 떨어진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지구로 끌려와 작은 먼지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았다 해도 별똥별 떨어지는 그 곳에 작은 지표 하나 세우면 이름 없는 들꽃으로 피어나리.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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