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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첫 대형몰, 타인종 매입 볼 수 없었다"

코리아타운플라자 새 주인 영 김 대표
투자 전문가 만류에도 9100만불 매입
"LA 핫플레이스 변신해 상생경영할 것"

지난 9일 LA한인타운의 코리아타운플라자를 매입해 한인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리스USA 영 김 대표가 쇼핑몰 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지난 9일 LA한인타운의 코리아타운플라자를 매입해 한인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리스USA 영 김 대표가 쇼핑몰 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9100만 달러 빅딜' 배경에 그럴싸한 손익계산은 없었다.  
 
그저 35년 LA한인타운 랜드마크가 한인 손에 의해 명맥 이어가길, 한인 청년들이 썩 괜찮은 공간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었단다. 지난 9일 에스크로를 마치고 코리아타운 플라자(이하 코타플) 매입을 완료한 아이리스USA 영 김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예전 명성을 잃어가는 쇼핑몰 매입 동기를 묻자 돌아온 즉답이다. LA다운타운 자바에서 강산이 세 번 변한 세월(30년) 동안 의류업으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고 연매출 1억 달러의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영민한 기업가의 대답치곤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그런가요? 그런데 맞아요(웃음). 저를 도와주는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 전문가들도 다들 말린 거래였으니까요. 코타플 수익률(CAP rate: 1년 순수익을 구입가격으로 나눈 것)이 3% 정도인데 전문가들은 그 돈으로 환원율 6%대인 상가 몇 군데에 분산 투자하라고 권유했죠. 그러니 말도 안 되는 투자 맞아요. 주변에서 다들 바보라 할 정도니까요. (웃음)”
 
이렇게 투자의 정석을 하나같이 비껴간 ‘이상한 사업가 영 김’ 대표를 지난 12일 새 주인 맞이로 분주한 코타플 사무실에서 만나 이번 매입 과정과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매입 어떻게 이뤄졌나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그가 코타플 매입에 뛰어든 것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타인종 바이어들의 입질이 있음을 알게 된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운 최초의 대형 쇼핑몰이 타인종 자본에 넘어가는 걸 그냥 두고만 볼 순 없었죠. 그런데 덩치가 너무 커 주변 선배들께 공동 투자를 문의했는데 다들 은퇴 후 거액의 투자를 부담스러워 해 어쩌다 보니 혼자 투자하게 됐습니다.”
 
코타플 감정가는 매입가보다 1000만 달러나 낮았지만, 가격 협상은 잘 안 됐고 현재 매입가로 매매를 완료했다. 당시 김 대표는 소유하고 있던 유명 의류회사 BCBG 본사 건물을 매각했던 터라 여유 자금이 있어 절반 정도를 다운페이먼트하고 절반은 PCB뱅크에서 융자받았다고 한다.  
 
▶코타플 어떻게 변신하나  
 
김 대표는 앞으로 코타플이 지금의 노쇠한 이미지를 벗고 ‘영’하고 ‘힙’한 LA ‘핫플’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쇼핑몰 3층을 트렌디한 식당과 카페, BBQ식당, 주점 등을 입점시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모시킬 계획. 그리고 이미 타운에서 영업 중인 ‘콘체르토’, ‘노란집’ 등은 입점이 거의 성사된 상태.  
 
“K-팝, K-드라마 열풍으로 타운 밤 문화는 젊은이들로 북적이는데 범죄로부터 자유롭진 않아요. 그러다 보니 늘 청년들이 타운에서 안전하게 친구를 만나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코타플 최대 장점은 한 번에 8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안전한 주차장인데 이를 잘만 활용하면 코타플은 타운에서 가장 안전하고, 트렌디한 다이닝·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에스크로 사인이 끝나자마자 그는 기존 타인종 소유 경비업체를 한인 경비업체로 바꿨다.  
 
쇼핑몰을 찾는 한인 고객들에게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향후 1년간 리모델링도 진행해 현 쇼핑몰 유리 천장을 교체, 에너지 효율은 극대화하되 디자인은 모던하게 변경할 예정이다.  
 
▶투자 성공 비법은  
 
1988년 자바에 뛰어든 김 대표는 1992년 LA폭동으로 한 차례를 위기를 겪었지만 재기에 성공, 2000년 지금의 아이리스USA를 창업한 이래 승승장구 연매출 1억 달러가 넘는 의류 사업체로 성장시켰다. 현재 그는 LA다운타운에 본사와 매장 4곳을 비롯해 이집트,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해외 봉제 공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소유 공장 외 하청 공장 5곳까지 포함해, 총 8곳의 해외 공장에서 5000여명의 직원이 팬데믹 이전엔 연간 최대 5000만장의 의류를 생산했다. 포에버21, 파파야, 큐 등 한인 소유 소매업체에 OEM으로 납품했으며 유명 의류업체인 로스(Ross), 벌링톤(Burlington), 레인보우 등에는 아이리스 브랜드로도 납품할 만큼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에도 뛰어들어 LA와 LA 외곽, 라스베이거스 등에 주거용, 상업용 건물 60여채를 단독 또는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부를 일궜으니 그만의 투자 비법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웬걸, 투자 비법을 묻는 말에 윈윈, 시너지, 상생 등과 같은 조금은 식상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러나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대답들이 결코 뻔한 것이 아닌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찐 역사’임을 알 수 있다.
 
“한인들은 동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중국인들과 유태인들이 그랬듯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줘야 커뮤니티가 발전하고 내 비즈니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어요. 저 역시 공동 투자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결과를 일굴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코타플을 운영하면서도 건물주와 세입자가 어떻게 윈윈할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가 9100만 달러라는 거액을 걸고 보여주고 싶은 건 ‘나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를 넘어 나 혼자선 절대 잘 살 수 없다는, 그리하여 멀리 가기 위해 여럿이 손 맞잡고 가야 한다는 아주 오래됐지만 ‘힘쎈’ 고전일지도 모르겠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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