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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부끄러운 독립운동

‘가문의 영광’이라는 코믹영화가 있었다. 신현준과 김원희와 더불어 김수미가 등장했던 시리즈는 즐겁게 본 영화다. 조폭 가문에 명문대 출신이 들어오면 집안으로서는 영광이리라. 가문을 지켜주는 것과 달리 가문에 먹칠하는 일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육영수 여사를 보듯 박근혜를 보았고 박정희를 따르듯 그녀를 따랐다.  고속성장을 이끈 지도자와 독재자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박정희에 대한 국민적 기억은 향수에 더 가깝다. 어찌 됐든 문세광의 저격과 김재규의 총격으로 부모를 잃은 박근혜에 대한 연민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갖가지 불미스런 일들이 드러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을 받고 교도소 생활까지 하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차라리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의 명예도 지키고 시민들의 환호를 받는 대통령의 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근에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장성순의 증손녀’라는 기사에서 나는 독립운동과 친일행적의 기록을 함께 가진 ‘장성순’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무슨 연고로 그녀자들은 그와 같이 가슴이 무여지는 듯이 우는가’라고 시작하는 1945년 4월25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장성순이 만주 화룡현에서 밀정을 색출하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의 수색이 심해지자 중국 땅으로 가서 숨어 지내다 제우교도인 양모가 일본군에 귀화하면 죄를 사해준다는 말을 듣고 그때 마침 만주에 출정했던 일본군 19사단에 가서 귀화하고 귀순증을 받았다. 그런데 며칠 후 집에 있다 회령경찰서에서 나온 경찰 두 명에게 일본경찰의 앞잡이였던 리덕선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체포를 당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공소를 제기했다 기각되었다는 내용과 아내, 두 딸에 관해 적혀있었다.
 


제우교는 천도교 유파이긴 하나 3·1운동 이후에 조선의 독립을 반대하는 친일색체가 강한 일제 강점기 때의 종교였다. 제우교에는 일진회 인물들이 많이 가담했는데 일진회는 당시에 대표적인 친일집단이었다. ‘조선과 일본이 하나가 되는 모임’이라 해서 일진회(一進會)의 전신은 ‘유신회’다.
 
사형선고에 대한 공소가 기각되자 장성순의 가족이 다시 일본군 19사단에 찾아가서 울며 애원했던 결과 보증서를 받았다는 기사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증서의 내용을 추리자면 ‘지난날을 뉘우치고 이후에 망동한 행동을 하지 않기를 양심으로 서약하면 상당한 대우를 주고 장차 그 생명을 보증하는 바이다’라고 기록되었다.
 
장성순의 후손이 광복절 기념식에 대통령 옆자리에 서 있지만 않았더라도 나는 그분이 일본군 19사단에 귀순했다는 것도 일본군에게 애원해서 보증서를 얻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현세에 만나기를 바라지 않으니…, 신부의 교식에 따라 조용히 현세를 떠나라’라던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의 편지와 대조되는 이 씁쓸한 기분은 무엇 때문일까?

권소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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