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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영어] 빨랫줄 위의 잔소리

 언젠가 에든버러에서 만난 웨이트리스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작은 실수를 하고선 “Every time! Not without a single mess!(늘 그래.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지)”라며 자책했거든요.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해서 무의식에 새겨놨을까? 엄마일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한편 저 자신은 아이들에게 어떤 잔소리를 각인시켰을까 돌아보며 부모 노릇이 쉽지 않음을 새삼 느꼈지요.
 
그곳을 떠나 더블린 공항에 내리자 뜻밖의 광경과 마주했습니다. 공항의 긴 복도에 빨랫줄이 그려져 있고 거기 널린 각양각색의 티셔츠 그림 위로 부모의 잔소리가 쓰여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하나씩 읽는데 어쩜 우리가 하는 말과 그리 비슷한지요.
 
깜짝 놀란 건 “I hope someday you have children just like you.(꼭 너 같은 애를 낳아 키우기 바란다)”였고 “Do you think that money grows on trees?(돈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아니)”는 “땅 파면 돈이 나온다니?”의 영어 버전 같았어요.
 
똑같은 것으로 “방이 꼭 돼지우리 같구나(Look at your room! It looks like a pigsty!)”와 “잘못했다고 해(Say you‘re sorry!)”도 있고, “아닌 건 아니야”는 “What part of no don’t you understand?(아니라고 했는데 뭘 이해 못 해)”로 비슷했죠.
 
문화가 달라 살짝 다른 잔소리도 있었어요. “If you don‘t clean your plate, you won’t get any dessert!(접시를 깨끗이 비우지 않으면 디저트는 없어)”, “Beds are not made for jumping.(침대는 점프하라고 만든 게 아니야)”처럼요.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하는 “라떼는 ~”도 약간 달랐죠. “When I was your age, I was lucky if I got a jam sandwich.(내가 네 나이 땐 잼 바른 빵 하나만 생겨도 행운이었지)”예요.
 
부모들에겐 보편적인 심리가 작동하나 봅니다. 보통 화가 나면 자식의 이름을 정식으로 부르잖아요? “한oo!” “김oo!”하고요. 그들도 그래요. “Justin David Clifford!” “Anita Price!” 하는 식이죠. 별명도 모자라 ‘귀요미, 이쁜이, Honey, Sweetie, Pumpkin’ 하며 다정하게 부르다가 성까지 넣어 풀 네임을 부르는 것은 거리를 둔다는 뜻이지요.
 
본래 잔소리란 듣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까요? 부정적인 말은 참거나 눅눅한 빨래처럼 햇볕에 뽀송하게 말려서 해야겠어요. 가볍게 말해서 같이 웃고 넘길 정도로요. 말은 생각을 반영하지만 일단 하고 나면 생각에 영향을 주니까요.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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