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생계 사이…종교인도 노동 현장으로
[이슈 진단: 이중직 목회자]
목회로만 생계유지 힘든 시대
현장에선 이중직 필요성 절실
한인 교계에선 여전히 부정적
주류 교단은 적극적으로 독려
최근 한인 신학교 프로그램 개설
목회와 직업 병행하는 방안 고심
교회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역자를 감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목회자들도 생계에 대해 걱정을 한다. 시대적으로도 흐름은 변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에 따르면 지난 2020~2021년 사이 사역과 직업을 병행하는 ‘이중직’ 목회자의 비율은 무려 27%에 달한다. 목회자 4명 중 1명은 목회외에 직업을 가진 셈이다. 이중직 목회자의 비율은 2001년 이전(2%), 2001~2010년(15%)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노동절(5일)과 맞물려 목회와 노동에 대한 현실을 알아봤다.
종교인에게 목회는 사명이지만 이 역시 노동을 수반한 ‘일’이다.
그동안 목회가 주로 ‘성직’의 개념으로만 수용되다 보니 사역자가 다른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교계에서 다소 불편하게 받아들여졌다. 목회자 자신도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어색해했다.
지용근 대표는 “이중직 목회는 2000년대 들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2010년 이후부터 이중직 목회자가 급증했는데 지금은 출석 교인 50명 이하 소형 교회 목회자 중에서는 이중직을 해본 경험이 48%에 이른다”고 전했다.
시대적으로 이중직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정작 교단 등에서는 여전히 이에 대한 시각은 보수적이다.
‘목회자=성직’이라는 교계 내 특정한 관념 때문이다. 이는 종교인이 세속에서 노동을 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다. 목사가 다른 직업을 갖게 되면 목회에 소홀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 게다가 주요 교단들은 여전히 목사의 이중직을 금지하거나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 대표는 “목회자들이 이중직 수행을 결심할 때 자괴감에 괴로워하고 교인, 동료 목회자의 시선을 의식한다”며 “이중직 목회를 바라보는 교단과 주위의 시선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중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회계사로 활동하면서 목회를 병행하는 준 최 목사(어바인)는 “현실적으로 중대형 교회 사역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목사가 목회 사례비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교계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회가 전적으로 사역자를 지원할 수 없다면 이중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목회자 2명 중 1명(48.6%)이 이중직을 경험 ▶이중직 경험자 중 40대 이하는 37.6% ▶이중직 경험자 중 33.7%의 목회자가 출석 교인 20명 이하 교회에서 시무 ▶이중직 목회자의 39.5%가 ‘교회 재정과 상관없이 이중직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LA지역 한 소형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무역회사에 종사하는 이정수(29) 씨는 “주변 사역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목회적 소명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느 정도 사례비를 받는 중대형교회에 들어가기도 쉽지가 않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목회를 계속 감당하려면 사회에서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목회자가 이중직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로는 단연 생계 때문이다.
목회자 5명 중 3명(60.5%)은 ‘어려운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두 번째인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하고 싶어서(19.5%)'라는 응답과 차이가 있다. 그만큼 이중직 수행은 현실을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각한 건 이중직을 감당하려 해도 사회적 현실이 상당히 냉정하다는 점이다. 종교의 신앙과 교리를 연구하는 신학 전공으로는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목회자가 되는데 필요한 목회학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종교와 무관한 영역인 일반 사회에서는 실무와 관련이 없다는 게 문제다. 현실적으로 목회자에 대한 취업 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교계 내에 준비된 것도 아니다.
LA지역 목회자 정모씨는 “목회만 하던 사람이 특정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 회사에 취업한다는 건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라며 “주변 목회자 중에는 틈틈이 '우버(uber)'를 뛰는 경우도 있고 사모들이 주로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인 교계와 달리 미국 교계에서는 이중직 정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중직이 목회 활동에 필수 요소로까지 인정되고 있다.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단(SBC)의 경우 목사의 이중직을 미래의 목회 환경을 대비한 전략으로 내세운 상황이다. 미국장로교단(PCUSA) 역시 교단 산하 신학교에서 이중직 목회자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복음주의언약장로교단(ECO)은이중직을 가진 목회자에게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있다. 목회자의 이중직 수행을 교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이중직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동시에 목회자들이 직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수 있도록 독려하고 양성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최근 한인 신학교도 원목 과정 등을 통해 목회자들이 수입을 얻으며 목회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돕고 있다.
지난 7월 샌타페스프링스 지역 미주장로회신학대학(총장 이상명)은 한인 신학교 최초로 한국어로 진행되는 교역학 석사(M.Div) 원목 과정을 개설했다. 원목이 되면 안수를 받은 목회자가 되어 의료 기관 등에서 전문 사역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장로교단(PCUSA) 이동우 목사는 “주류 교계 목회자들은 교회가 생계를 온전하게 책임지지 못할 경우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교인들 역시 그런 부분을 합리적으로 여긴다”며 “이민 1세 중심으로 형성된 미주 한인 교계는 앞으로 변화될 교계 구조에 대비해야 하는데 목회자의 이중직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성직자의 중간 소득은 5만790달러(연소득·2021년 5월 기준)다. 백분위 수(percentile)로 보면 10~25%에 해당하는 성직자의 연소득은 3만450~3만8800달러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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