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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 불경기, 상권까지 위축

[LA패션디스트릭트 르포]
도매업체 매출 감소 심각
한인사회 젖줄 위상 흔들

중국계 도전에 고객 줄어
“온라인·주류 시장 노려야”

한인 의류도매업체가 밀집한 샌피드로가와 11가. 진열된 옷들은 넘쳐나지만 손님들은 찾기 어렵다.

한인 의류도매업체가 밀집한 샌피드로가와 11가. 진열된 옷들은 넘쳐나지만 손님들은 찾기 어렵다.

 
지난달 31일 오후 LA다운타운 패션디스트릭트(이하 자바시장). 90도를 웃돌던 날씨는 자바시장의 휑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답답함을 몰고 왔다. 한때 한인사회 경제의 ‘젖줄’이라 불린 자바시장, 올해 들어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 중남미와 미 전역에 각종 옷을 공급하는 도매시장 업주 상당수가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업주들은 달리 방법이 없어 “그냥 버틴다”는 말을 자주했다. 하나둘 문을 닫는 가게는 늘고 있다. 자바시장 상권도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샌피드로 마트 전경.

샌피드로 마트 전경.



▶자바시장 활기 잃어
 
샌피드로가와 피코 불러바드가 만나는 곳의 아메리칸 가먼트센터(American Garment Center) 1층 거리는 손 글씨로 쓴 ‘드레스 한 벌에 5달러, 티셔츠 3장에 10달러’라는 가격표가 옷가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찾는 손님이 없어 마네킹과 옷가지만 가득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성복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여)씨는 “코로나19 때는 그래도 매상이 반짝 좋았다”며 “올해는 1월부터 등락 없이 경기가 계속 안 좋았다. 밥값, 개스비가 오르니 사람들이 옷을 안 산다. 연말 지나면 가게 문을 닫겠다는 업주가 많다”고 말했다.
 
한인 의류도매 100여 개 업체가 밀집한 샌피드로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장 안엔 업주와 종업원 1~3명만 자리를 지키고, 옷가지를 사러 온 소매업주는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마트 경비를 맡은 김하용씨는 “5~6월에는 입주 업체의 65~75% 정도가 바빴는데 지금은 3곳 중 1곳 정도만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복 도매업체 ‘임모델’ 업주는 “연초 대비 매출이 20%까지 줄었다. 겨울 시즌을 앞두고 그나마 주문이 늘고 있지만, 다들 ‘기대는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쓴웃음을 내보였다.
 
▶자바시장 생태계도 급변
 
한인의류협회도 자바시장 불경기에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 협회 관계자는 “워낙 상황이 나빠 다들 바닥에 바짝 엎드려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외출 증가로 업계 활황을 기대했지만 ‘인플레이션’ 부작용을 제일 먼저 겪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새 옷 마련을 미뤄서다.
 
코로나19로 의류업계 생태계가 바뀐 것도 악영향이다. 여성 의류업체 업주 김모씨는 “한인 업체는 중남미쪽 고객이 많았지만 최근 그쪽에서 주문이 크게 줄었다. 전국 유통망을 뚫어야 하는데 디자인 등 고객의 취향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면 판매 대신 온라인 대량주문이 늘었다. 한인의류협회 토니 이 사무국장은 “쉐인(shein)이라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가 중국 현지업체와 미국 소매업주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미국 의류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며 “제3국에서 한인 업체 디자인을 카피한 뒤 싼값에 팔기도 해 경쟁에서 힘든 처지”라고 말했다.
 
▶새 생존방식 도입해야
 
자바시장 상권은 동서로 메인 스트리트-샌피드로 스트리트, 남북으로 올림픽 불러바드-피코 불러바드에 구역이다. 동쪽인 11번가와 메이플 애비뉴 쪽은 히스패닉 사업주, 서쪽인 월 스트리트와 샌피드로 스트리트 남북은 한인 사업주가 밀집해 있다.
 
최근 자바시장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서북쪽에 텅 빈 가게가 늘고있다. 가게당 매달 4000~5000달러 렌트비를 내야 하는 올림픽 불러바드 북쪽도 의류업체가 하나둘 사라지고 꽃 도매업체가 들어서고 있다.
 
한인업체 등 1000여 곳의 의류 신상품 사진을 찍는 성우스튜디오 박성우 대표는 “평소 신상품 샘플 300~500벌을 찍던 업체(평균 직원규모 20명)는 100벌 이하로, 30~40벌을 찍던 업체는 10벌 정도로 의뢰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인 업체는 온라인 대신 대면 및 도매에 치중했다. 불황을 타파하려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복 코튼캔디 진 김 대표는 “팬데믹 이후 소비자 성향도 바뀌고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라며 “중남미 대신 국내 손님 비중이 늘어난 만큼 세일즈맨과 디자이너도 국내 고객의 취향과 수요를 연구하고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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