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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추석을 우리의 추수감사절로

다음 주 토요일은 8월 대보름 추석이다. 예년보다 올해 추석이 보름 정도빨리 와서인지 분위기는 아직 무덤덤하다. 한국 또한 올해 추석을 ‘보릿고개 한가위’라고 한단다. 이유는 경제 사정 때문이다. 추석 전에 불어닥친 홍수피해,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 금리와 환율의 급격한 동반상승이라는 삼각파도 앞에 추석특수란 말도 맥을 못 추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추석의 다른 말은 한가위로 ‘한’은 크다는 관형사이고 ‘가위’는 가운데를 나타내는 우리말로 어원은 가배(嘉俳)다. 신라 3대 유리왕 이사금의 두 딸이 음력 7월 16일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6부에 속한 여인들을 두 편으로 나눠 길쌈 내기를 벌인 뒤 다음 달 8월 15일 대보름날 평가해, 진 팀은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팀을 대접하는 유흥을 즐겼는데 이것을 가배로 불렀다고 삼국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가배가한가배, 한가위로 변천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추석의 전통적 의미는 아직 수확기에 접어들기 전덜 익은 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 등으로 상을 차린 뒤 점지해주신 조상을 추모하고 은혜에 보답하는 제사를 드린다는 뜻인 추원보본(追遠報本)으로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흡사하다 할 수 있지만 그 기원은 1000년 이상 우리가 앞선다.
 
과거 추석은 아이들에게 꿈의 잔칫날이었다. 추석이 가까이 오면 어른들은 아이들의 발 치수를 손가락으로 어림하거나, 윗 등판과 바지 길이를 팔목으로 치수하는 등 오일장준비를 하시는데 이는 일 년에 단 두 번 설·추석을 향한 아이들 선물 구입의 전조다. 당시 옷이라야 무명으로 짠 검은색 국민복이고 신발은 통 고무 타이어 표, 양말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나일론 실로 짠 낙하산표가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필자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에는 전원이 검은색 국민복 일색인데 현도, 병웅이, 봉원이만 가로로 하얀 둘레 무늬가 선명한 같은 스웨터에 운동화를 신고 있다. 이들 부모는 읍내에서 소문난 부자였다.
 


또 추석은 아이들이 간접적이나마 세상 나들이를 할 기회다. 이때가 되면 외지에서 잘나간다고 소문난 동네 형, 누나들이 무엇인가를 잔뜩 담은 가방을 양손에 들고 나타난다. 대부분 학교 졸업 후 도시로 간 선배들로 머리에 포마드 기름을 바르고, 나팔바지에, 끈을 반쯤 내린 군화를 덜거덕대며 걷는 어깨는 힘이 잔뜩 들어간 모양새다. 후배들은 멋대로 뻐기는 그들을 종일 따라다니며 꿈같은 도시생활과 말투, 유행, 맵시들을 얻어들으며 대견해 한다. 이렇게 추석은 “1년 내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어른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풍성하고 즐거운 한마당 축제였다.
 
한국 교회사를 보면 조선의 천주교는 1930년대까지 제삿날 또는 설 추석 명절에 교인들이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 앞에 절하는 것을 우상에 절하는 행위라며 금지했다. 그런 뒤 1939년 12월 8일 교황 비오 2세가 칙령을 통해, 제사의식은 조선의 민속양속일뿐 교리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하면서 제사가 공식인정되었다.
 
그러나 개신교는 여전히 교인이 절을 하는 제사보다 함께 둘러앉아 조상의 위업을 추억하고 감사하는 추모예배나 잔치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떠랴! 즐겁고 귀한 1000년 전통 명절 추석! 교포사회나마 이날 온 가족 친지가 모여 웃고 즐기는 뼈대 있는 ‘우리의 추수감사제’로 전통을 이어가자.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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