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봉사간 한인, 사고로 식물인간…도움 절실
북버지니아 한인 벤저민 정씨
현지 보육원 선교 중 교통사고
전 재산 치료비 사용해도 부족
미국 송환비 마련 고펀드미 개설
정씨의 아내 에밀리 벤데벤씨는 남편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인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처음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은 버지니아 애난데일에서 ‘벤저민 정 종합보험’을 운영하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지난 22년간 봉사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왔다. 출석해 온 교회에서 페루 보육원 봉사 제의를 받고 이들 부부는 2020년 10월 페루로 향했다.
그러나 팬데믹 사태로 귀국이 늦어지며 현지에서 봉사를 이어가던 정씨 부부의 삶은 지난 1월 말 일어난 교통사고로 산산조각이 났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정씨와 SUV가 충돌한 사고로 장기는 파열됐고 두개골과 갈비뼈 곳곳이 금이 가고 부러지는 등 다발성 외상을 입었다. 병원에 실려가 두개골 절제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부인 벤데벤씨는 “남편은 사고 직후 페루 국립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페루의 병원은 선불로 병원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수술을 해주지 않아 치료비가 없어 수술을 며칠간 미뤄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남편의 치료를 위해 지난 반년 동안 25만 달러의 전 재산을 쏟아부었고 결혼반지까지 팔아 병원비에 보탰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특히 당시 사고에 대해 모든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데벤씨는 “카이저 의료보험회사 측은 식물인간 상태인 남편의 직접 서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자 보험 측도 비슷한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내 자격으로 서명하려고 해도 미국에서는 혼인관계에서 대리인의 권리가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아 지난 4월 법원에 대리인 신청서를 접수했다는 그녀는 “공교롭게도 코로나 사태로 법원에도 사건들이 적체돼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의료수준은 현저히 떨어지고 사고에 대한 수사 속도도 더디기만 하다. 그녀는 “현지 경찰은 남편이 오토바이를 타다 SUV에 치였다고만 말하는데 과연 교통사고였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이 간다”면서 “봉사하던 보육원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이며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강도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씨는 국립병원에서의 지속적인 치료가 어려워 현지 자택을 빌려 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기기를 직접 구매하고 함께 봉사하던 지인들에게 남편의 병간호를 맡긴 벤데벤씨는 지난 7월 눈물을 머금고 미국으로 건너와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의료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으로 정씨를 이동시키는 데만 7만5000달러의 경비가 소요된다. 비용 마련이 막막한 그녀는 정씨의 치료비와 송환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고펀드미’에 사연을 올렸고 주류 언론 등에도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고 있다.
2일 오후 기준으로 고펀드미에는 5만3159달러가 모금됐다. 목표 모금액은 25만 달러다.
벤데벤씨는 “남편이 버지니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인 여러분들의 작은 정성이라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고편드미 웹사이트(http://gofund.me/1c823225)와 페이팔/젤(Zelle) 후원번호 7037272364를 통해 동참할 수 있다.
박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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