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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뉴욕으로 오는 중남미 난민 버스

지난 5월부터 텍사스에서 뉴욕시로 4000여 중남미 난민들이 버스를 타고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을 바로 되돌려 보내던 트럼프 시절의 정책을 중단했다. 이에 텍사스 주정부가 심통을 부리며 뉴욕과 워싱턴DC 등으로 난민 9000여 명을 버스에 태워 보냈다.
 
뉴욕시정부에 따르면 텍사스는 난민 버스를 사전 협의도 없이 보내고 있다. 난민들이 다른 도시로 가기를 원해도 소용이 없고, 일부 버스는 버펄로 인근 한 주유소에 무작정 사람들을 내려놓고 떠나버려 난민들이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뉴욕시는 지금 비상이다. 준비를 못 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비영리단체들이 협력해 살 곳을 마련해주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받아주지만 어려운 실정이다. 난민 신청 처리 때문에 2023년까지 법원 일정이 꽉 찼다. 라틴계 이민법 전문 변호사가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는 민권센터에도 갑자기 난민 신청 상담이 늘고 있다. 시정부는 플러싱 인근 칼리지포인트 호텔들에 이들의 거주지를 마련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버스에 짐짝처럼 실려 보내지는 이들은 대다수 살길을 찾아 미국으로 온 베네수엘라 난민들이다.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오랜 기간 잘못된 경제 정책과 부정부패로 상처가 곪았다. 이에 더해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고, 팬데믹 사태까지 덮치면서 2016년 이후 국민 5명 중 한 명꼴인 560만 명이 국외로 탈출했다. 그리고 이들 중 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 1997~2001년 수많은 사람이 갖가지 방법으로 미국으로 오면서 IMF 난민이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왔던 한국인들은 난민 신청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지금도 서류미비자로 남아있다.
 
이렇게 뉴욕에 오는 난민들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칼리지포인트 호텔 계획도 지역 정치인 등의 반대 속에 없던 일이 됐다. 반이민 정치인들은 물론 트럼프 때처럼 국경 문을 닫자고 한다.
 
하지만 난민 버스에는 아이들, 부모, 어르신 등 사람들이 타고 있다. 그들은 외계인이 아니다. 그들이 미국에 정착하면 이전의 이민자들이 그랬듯이 모두 열심히 살아간다. 힘든 일도 마다치 않고 일자리를 잡는다. 팬데믹과 같은 재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필수 업종’에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도맡아 위험을 무릎 쓰고 살아남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그래서 결국엔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국제 이주는 국경 문을 닫는 것처럼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베네수엘라 난민 사태가 미국의 경제 제재 때문에 더 불거졌듯이 이웃 나라의 불행을 만들면 되돌려 받기 마련이다.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국제 무역 조약으로 돈은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게 하고 사람은 묶어 두는 근본적인 노동력 착취 구조가 국제 이주에 불을 붙인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난민은 올해 1억 명을 넘었다. 지난해 말 8930만 명에서 12%나 급증했다. 2011년에는 4000만 명이었는데 10여 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세계 인구 80명 중 한 명이 난민이다. 전쟁과 빈곤,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에게 문을 닫겠다는 것은 불에 타는 건물의 비상구를 열어주지 않는 것과 같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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