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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중국 불매운동과 한국

지난달 스웨덴국립중국센터(Swedish National China Center)가 발표한 중국의 외국기업 불매운동 보고서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보이콧을 당하는 나라로 조사돼 씁쓸한 느낌을 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2021년 사이 중국에선 모두 91건의 외국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이 중 85% 이상인 78건은 중국이 공격적인 전랑(戰狼) 외교를 펼친 2016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중국 불매운동의 타깃 1위는 미국으로 27건이나 됐다. 2위는 각각 11건의 일본과 프랑스, 4위는 8건의 독일, 5위는 6건의 한국이었다. 한국에 대한 불매운동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가 촉발했다. 이탈리아, 대만, 캐나다, 스웨덴, 영국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불매운동을 당한 업종은 식품과 음료, 자동차·패션·화장품 등 다양했는데 외국기업을 때림으로써 중국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분야가 많았다.
 
문제는 불매운동의 3분의 1 가까이가 중국 당국의 관여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의 불매운동이 25%에 달했고, 3%는 아예 중국 당국이 주도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중국 정권의 경제적 무기가 된것이다. 14억 거대 소비시장이 ‘황금밭’에서 ‘지뢰밭’으로 변했다는 탄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불매운동을 당한 외국기업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최선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공개 사과한 외국기업이 52%였다. 48%는 사과하지 않았는데 기업들은 불매운동 이유에 따라 사과 여부를 결정했다.
 
대만이나 홍콩 등 중국의 주권과 관련된 사항에선 대부분 사과를 했으나 신장 등 인권 문제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했다가는 서방 국민으로부터 보이콧을 당할 처지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문제가 생기면 “중국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솔직히 정답은 없는 셈이다. 보고서 결과는 많은 걸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게 있다.
 


지난 몇 년간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인 스웨덴이 2020년 정부 자금으로 스웨덴국립중국센터를 출범시켜 중국에 대한 정밀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스웨덴 의류 브랜드 헤네스앤모리츠(H&M)가 중국에서 어떻게 불매운동을 당하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밝혔다. 스웨덴보다 더 많은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백서도 없다. 중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스웨덴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데 중국과 평생 붙어살아야 하는 우리의 자세가 너무 안이한 것 같아 안타깝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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