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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8월에 생각되는 역설적 진리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가 있다. 1998년 상영작으로 대한민국 멜로 영화 수작 중 하나로 꼽힌다. 대강의 줄거리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한 남자가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가운데 구청 주차요원으로 근무하는 한 여인이 단골손님이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자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여자는 남자에게 은근슬쩍 호감을 보이며 접근하지만 얼마 못 가 죽을 입장인 남자는 무반응으로 일관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여자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놀이터도 가고 밥도 먹는다. 그러다 남자가 입원하게 되고 사진관은 문이 닫힌다. 입원 사실을 모르는 여자는 매일같이 사진관을 찾아가 아쉬운 마음을 편지에 담아 창문틀에 걸어 둔다. 그러나 여전히 남자로부터 연락은 없다.  
 
여자가 타지역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끝나나 했지만 퇴원한 남자가 정리차 사진관에 들르면서 깨진 창문과 함께 놓여 있는 여자의 편지를 발견한다. 남자가 늦은 답장을 쓰지만 붙이지는 않는다. 대신 남자는 수소문으로 찾아낸 여자의 새 근무지 인근의 카페에 앉아 여자를 기다린다. 그러나 막상 여자가 나타났지만 다가가지는 않는다.
 
남자가 죽고 세월이 적당히 흐른 시점에 검은 상복을 차려입은 여인이 사진관 외곽 진열대를 통해 자신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은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이 고맙습니다.’ 남자의 마지막 고백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역설(Paradox)이란 일반 상식, 통념, 정의에 맞지 않는 논리의 비약적 전개를 말한다. 물론 여기는 거짓말 같은 의미론적 억지까지 포함한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대신 붙인 제목이다. 왜 제작사나 감독이 본래의 제목 대신 계절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제목으로 택했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제목이 상상 불능하지도 않음은 일본의 수필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같은 제목을 사용한 바 있어서다. 그러나 서울에서만 50만 관객을 모았음은 이런 역설적 발상도 한몫했을 것이다.
 
성경에는 수많은 역설적인 문구와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알의 밀알이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알 그대로이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은 자는 얻으리라.’ ‘나중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된다.’ 등이 좋은 예다. 이야기로는 아버지와 형을 속여 장자권을 가로챈 야곱이 후에 이스라엘 12지파의 수장이 되었는가 하면, 아들 요셉은 이복형들의 시기로 애굽에 종으로 팔려갔으나 오히려 애굽의 총리가 되어 아버지와 형들을 고센 땅에 이민시켜 400년 후 대이스라엘 민족의 씨앗이 되게 했다 등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진짜 역설의 밑그림에 불과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찐 역설은 예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이다. 전에는 십자가가 악과 죽음이었다면 예수 후 십자가는 구원이요, 진리요, 생명이기 때문이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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