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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고 홍명기 회장의 빈자리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지난해 타계한 홍명기 회장만큼 한인 언론에 많이 소개된 인물도 드물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었지만 내용은 ‘든든한 후원자’의 모습이 훨씬 많았다. 많은 한인 단체들이 그의 지원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고, 한인 정치인들은 그의 후원으로 성장했다. 한인사회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언론이 그를 찾는 일도 잦았던 것 같다.
 
기자도 홍 회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미 유명인사고 그와 관련해 많은 내용이 알려진 상태라 기사 내용은 특별할 게 없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그의 인품과 인생관의 일부라도 엿 볼 수 있었던 기회여서 기억에 남는다. 두 가지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통해서였다. 그중 하나가 ‘본인은 공화당 당원이면서 굳이 민주당 한인 후보까지 후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사실 그것 때문에 공화당 쪽에서 비난을 많이 받아요. 공화당원이 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냐고. 그러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다른 이유 없다. 한인이니까.” 그의 간단명료한 답이었다.  두 번째가  ‘왜 그렇게 기부를 많이 하느냐’였다. 생전의 그는 ‘기부왕’으로 불릴 정도로 기부를 많이 했다. 금액도 컸지만 기부하는 곳도 폭넓었다. 그래서 특별한 의미가 담긴 답을 기대했으나 역시 단순했다.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 내가 번 돈의 3분의 2는 기부하고 갈 겁니다.”  
 
그 후로 그에 관한 인물평이 대화 소재로 등장하면 참석자들에게 이 내용을 꼭 들려줬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신중해야 하지만 당시 그에게서 확인한 것은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이었다. 사실 젊은 시절의 그는 한인사회와 특별한 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중년 이후부터 접점을 넓혀갔다. 한인사회의 역사를 보존하고 가치를 높이는 일, 그리고 차세대를 지원하는 일에는 더 앞장섰다.  
 
홍 회장의 영면 1주기가 지났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홍 회장이 계셨으면 앞장서 주셨을 텐데”, “홍 회장이 계셨으면 잘 해결이 됐을 텐데”, “홍 회장이 계셨으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었을 텐데”…. 고인이 한인사회에서 어떤 존재였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안타까움의 표현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빈자리를 대신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답답함도 담겨 있는 듯하다.    
 
요즘 ‘한인사회의 미래’에 관한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핵심은 20년, 30년 후에도 ‘한인 커뮤니티가 존재할까?’다. 괜한 걱정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인사회의 무게 중심이 점차 차세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1세가 사라진 후의 한인사회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과 마주하게 된다.  
 
당연히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런 변화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2세, 3세들과는 관계가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우리보다 역사가 오랜 일본이나 중국계 커뮤니티,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유대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커뮤니티가 참고는 되지만 해법은 될 수 없다. 처한 상황과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갑론을박이 많지만 낙관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보면 공통으로 지적하는 한 가지 있다. 바로 구심점에 관한 것이다.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줄 만한 인물이나 조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 한 사람, 단체 한 곳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인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심점이 있어야 일에 속도가 붙고 진행도 효과적으로 된다.  
 
차세대 육성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고 홍명기 회장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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